[시론-김일순] 메르스 관리의 허점과 교훈 기사의 사진
지난달 20일 중동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 한 명이 입국하고 나서 메르스 전파가 예상했던 것보다 장기간 광범하게 지속되면서 방역책임 부처의 혼란, 진료 병원의 방역 지식 및 시설 미비, 자택 격리 대상의 범위와 관리 혼란 등으로 국민의 공포가 필요 이상으로 커졌다. 또 불필요한 과잉 대응과 함께 범국가적인 경제 손실 및 재난으로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그동안의 뼈아픈 경험을 통해 당국의 방역에 대한 방향이 확립됐고 병원 내에서의 효율적인 방역 방법이 개선돼 앞으로 비록 소수의 전염이 지속될지는 몰라도 큰 불은 잡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번의 직접 경험을 통해 귀한 교훈을 얻어 앞으로 닥칠지도 모르는 전염병의 세계적 유행 등에 가장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한 국가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한국은 의료 수준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나라지만 전염병의 전파 및 확산을 막는 전문 영역인 방역 수준은 결코 높은 편이 아니다. 이번에 방역 업무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메르스 감염에 대한 이해와 경험 부족, 전염병 방역을 위한 중앙 및 하부 조직의 허술함 그리고 방역 전문 인력의 태부족을 들고 있다.

메르스는 우리나라에 처음 유입된, 세계적으로도 불과 몇 개국에서만 전파되고 있는 생소한 전염병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단지 기록을 보고 비말(飛沫) 전파, 치사율 40% 그리고 잠복기 14일이라는 정도의 정보만으로 방역 대책을 세웠다.

방역책임 중심인 보건복지부는 행정고시 관료들이 지배하며 보건 전문가는 거의 없는 부처다. 전문기관은 복지부의 외청인 질병관리본부로 그 규모가 작고, 연구와 조사를 주로 하며, 전염병 방역 실무 전문가는 절대 부족하다. 따라서 중심 방역체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며 여러 정부 부처 간 책임의 혼선이 빚어진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첫 환자가 생긴 지 불과 25일 동안 정부와 병원 그리고 국민들 모두 메르스의 감염 및 방역에 대한 지식을 값비싼 경험을 통해 얻게 됐다. 이제 머지않아 메르스 유행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험에서 얻은 지식은 우리나라 고유한 것이다. 인구밀도가 대단히 높고, 의심 환자나 접촉자의 이동경로가 너무 다양해 통제가 어렵고, 병원은 전염병 관리의 경험이 부족해 초기에 병원 내 감염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으며, 같은 질병을 가지고 여러 병원을 방문하는 나쁜 습관 그리고 불완전한 자택 격리 관리 등은 이번에 값비싸게 배운 대단히 유익한 경험들이다. 또한 방역은 계엄령 못지않게 급속하고 완벽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교훈을 바탕으로 앞으로 개선해야 할 방역체계 및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국가 전염병 방역을 위한 중앙 및 지방 조직을 근본적으로 개편해 강화할 필요가 있고, 전문가 확보가 시급하며, 최소한 복지부 내에 방역 전문가를 배치해 방역책임본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 조직을 크게 확대 개편하고 전문 인력을 충원해 모든 외래 전염병이 국내에 유입됐을 때를 대비, 구체적인 방역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 어떤 전염병이 침입해도 즉시 대처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메르스 방역이 종결된 후 잘못한 사람을 찾아내 처벌하는 것보다 잘 대처한 사람들을 찾아내 칭찬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대응한 이들은 곳곳에 있을 것이다.

김일순(연세대 명예교수·의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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