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미운 며느리가 돼버린 박 대통령 기사의 사진
며느리가 미우면 발뒤꿈치가 계란 같다며 구박을 한다던가. 계란 같은 발뒤꿈치라면 예쁘기만 할 텐데도 말이다.

요즘 신문 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박근혜 대통령이 꼭 미운 며느리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예쁜 구석이라곤 없다는 투다.

가까운 예로 미국 방문을 연기한 데 대한 논란을 들 수 있다. 이른바 메이저 언론의 다수가 박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에 비판적 의견을 내놓았다. 방미 연기의 이유인 메르스가 과연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소용돌이치는 이 시점에 한·미 정상회담을 미뤄야 할 만큼 심각한 사태냐고 묻는다. 그들은 대통령이 국내에 있고 없고가 사태에 큰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닌데 초기에 제대로 대처를 못한 박 대통령이 뒤늦게 호들갑을 떨어 오히려 ‘메르스 한국’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만 증폭시킨다는 주장이다. 정상회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도 큰 외교적 결례란다.

틀린 얘기라 할 순 없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방미를 강행했다면 그에 대한 여론은 또 어땠을까.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을 것 같다. 전 국민이 공포에 떨고 있는데 방미를 좀 늦춘다고 한·미 관계가 파탄 나느냐고 묻지 않았을까. 오바마 미 대통령도 예정됐던 외국 순방을 국내 사정으로 취소한 적이 있는데 박 대통령이 사정에 따라 방미를 늦춘 게 무슨 큰 외교적 결례냐는 주장도 나왔을 법하다.

여론은 또 박 대통령이 메르스에 대해서도 세월호 사고 때처럼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키웠다고 비판한다. 국정 모두에 무한책임을 져야 할 대통령으로서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에 대해 할 말이 궁색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속으로는 억울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국가적 재난 사태에 대통령이 뒷짐을 지고 있다고 비판하던 언론이 이번에는 메르스가 치명적인 것도 아닌데 공포가 과장됐으며, 대통령이 국내에 있고 없고가 사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니 말이다. 또 대통령이 국정 각 분야를 전문가에게 맡기지 않고 옛날 제왕적 사고로 세세한 부분까지 만기친람(萬機親覽)하려 한다고 꼬집던 이들이 무슨 일만 생기면 대통령은 어디 있느냐고 찾고 있으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답답할 것 같다.

정부에 대한 비판과 견제가 언론의 제1 사명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때로는 정부가 제 기능을 하도록 부축하고 사회통합의 기능도 수행해야 한다. 그러한 언론이 갈등을 키우고, 불 질러 놓고 불이야 외치는 일은 없는지 가끔은 돌아볼 필요도 있다. 신문은 매일 거의 전 지면을 할애하고, 종편 방송들은 하루 종일 메르스 얘기로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놓고 뒤에 가선 그거 별거 아니라 하면 어쩌자는 건지 헷갈린다.

며느리 미워하다가, 며느리를 잘못 얻어서 집안이 안 된다는 데까지 부정적으로 가다간 정말 집안이 잘못되는 수가 있다. 복 있는 며느리 들어와 집안이 잘된다고 좋은 쪽으로 자꾸 생각하다 보면 어려운 일도 잘 풀리지 않을까.

어쩌다 본의 아니게 박 대통령의 변호인이 돼버렸다. 세월호 사건, 정부 인사 진통, 성완종 리스트, 경제 불황, 또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보듯 일이 생길 때마다 박 대통령이 어려움을 겪기에 안타까운 마음에서 해본 얘기다. 박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도는 시점인데 벌써 레임덕이 돼서야 국정이 정상으로 돌아갈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듣기에, 필자 또한 그동안 박 대통령에게 엇가는 소리를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으면서 이제 와서 남의 얘기하듯 하고 있으니 아가사창(我歌査唱)이라고 내가 할 말 사돈이 하고 있다며 웃을 것 같기도 하다.

백화종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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