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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오감으로 느끼다… 금호미술관 ‘옅은 공기 속으로’

빛 오감으로 느끼다…  금호미술관 ‘옅은 공기 속으로’ 기사의 사진
블랙은 색이 없는 거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여기에 빛이 추가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사진작가 주명덕씨의 말마따나 블랙은 '어둠 속에서 꿈틀대고 소생하는 약동이며 살아 숨쉬는 생명'이 된다. '원색 피로증'에 걸린 도시인의 지친 심신에 위로와 활력을 줄 전시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옛 서울역사를 복합문화공간으로 개조한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고 있는 '은밀하게 황홀하게: 빛에 대한 31가지 체험전'과 서울 종로구 삼청로 금호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옅은 공기 속으로'가 그것이다. 모두 '흑과 백 그리고 빛'을 주제로 내걸었다.

깜깜한 전시실에 98개의 가는 철빔이 빼곡히 매달려있다. 끝에는 스피커와 함께 꼬마전구가 있다. 어두운 방에서 갑자기 98명이 부르는 애국가가 흘러나온다. 이에 맞춰 꼬마전구의 불빛이 반짝거린다.

금호미술관의 ‘옅은 공기 속으로’는 관람자의 경험을 강조했다. 소리를 빛으로 표현한 김상진의 ‘사운드 조각’은 공간에도 입체감이 있다는 걸 느끼게 한다. 스피커에 귀를 대면 ‘핸드폰’으로 채집한 누군가의 애국가 소리가 들린다. 부르는 속도도, 높낮이도 다르다보니 불빛의 세기가 다르고, 곡이 끝나 불빛이 사라지는 순간도 다르다. 기괴한 하모니가 우리 삶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홍범의 ‘5개의 방’(사진)에선 오싹해질 것 같다. 드로잉을 입체화한 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기법으로 제작한 영상을 벽면에 연작처럼 투사했다. 비현실적인 공간에 토끼 귀를 한 사람, 새의 부리를 가진 사람들의 형상이 떠돌아다녀 어릴 적 악몽의 세계에 온 듯하다.

박기원의 설치 ‘낙하’는 천장에서 바닥까지 내려오는 여러 겹의 얇은 비닐 커튼 뒤에 밝은 조명을 설치했다. 마치 밝은 폭포처럼 떨어지는 빛의 형상을 구현한 것이다. 관람객은 바닥에 놓인 에어튜브에 올라가 그 위를 걷거나 누워 빛이 은은하게 퍼지는 공간에 몸을 맡길 수 있다. 이기봉의 설치 ‘장소 없음-얇은 단면들(There is No Place-The Sallow Cut)’은 안개가 낀 듯한 공간 안에 나무 한 그루를 놓았다. 유리 너머에서 빙빙 돌아가는 나무는 몽환적 ‘입체 산수화’를 보는 느낌을 준다. 이들을 포함해 총 10명 작가들의 작품은 하나 같이 작업과 공간의 유기적인 관계가 만들어내는 경험 자체를 전시한다. 현대미술이 즐겁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전시다. 8월 23일까지(02-720-5114). 손영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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