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명품마을을 가다] (11) 춘천시 사북면 ‘솔바우 마을’ 기사의 사진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솔바우 마을의 한 농민이 22일 뙤약볕 아래 구슬땀을 흘리며 벼를 가꾸고 있다. 이 마을은 우렁이를 이용한 친환경 농법으로 쌀을 재배해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송암리는 마을 주변에 소나무와 바위가 많아 ‘솔바우 마을’로 불린다. 마을 앞으로는 쪽빛 강물이 흐르는 춘천호, 뒤로는 명산인 용화산과 화악산을 끼고 있는 고즈넉한 시골마을이다.

솔바우 마을 농민들은 우렁이를 이용한 친환경 농법으로 쌀을 재배해 강원도청과 대형마트, 학교 급식시설, 1사1촌을 맺은 기업 등에 공급하고 있다. 농민들이 15년 동안 고집해 온 친환경 쌀 재배는 ‘부채 없는 농촌마을’이라는 명성을 얻게 할 정도로 이 마을을 부촌(富村)으로 만들었다.

22일 오전 북한강 상류인 춘천댐을 지나 고탄교를 건너자 ‘솔바우 마을’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집 채만한 바위가 나타났다. 도로 양옆으로 자리한 논밭에서는 농민들이 뜨거운 뙤약볕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성을 다해 농작물을 키우고 있었다.

논 안을 들여다보자 오백원짜리 동전보다 굵은 올챙이 수십여 마리가 화들짝 놀라 논 중간으로 헤엄쳐 달아났다. 어른 손 한 뼘만큼 자란 벼 사이사이에는 탁구공만한 크기의 큼지막한 우렁이들이 논바닥을 미끄러져 다녔다. 홍성수(53) 이장은 “이 마을에서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우렁이를 이용한 친환경농법으로만 벼를 재배하기 때문에 논에 올챙이와 각종 수서생물들이 많이 살고 있다”면서 “가을엔 메뚜기도 많아 도시 사람들이 메뚜기를 잡으러 오곤한다”고 설명했다.

해발 250m 남짓의 괴이산과 용화산 자락 사이에 끼어있는 이 마을은 논과 밭을 생활터전으로 삼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92가구, 270여명이 사는 작은 마을이지만 1가구당 연평균 소득이 4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잘 사는 마을이다. 특히 16가구는 1억원 이상의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솔바우 마을이 ‘부채 없는 살기 좋은 마을’로 거듭난 데는 홍 이장을 비롯한 마을주민들의 노력이 컸다. 36살의 젊은 나이에 첫 이장 자리를 맡은 홍 이장은 친환경농법이 마을에 성장 동력이 될 것임을 확신하고 2000년부터 친환경농업을 마을에 도입했다. 이와 함께 깨끗하고 청정한 자연환경을 위해 1∼2마리씩 키우던 소를 더 이상 키우지 않기로 마을 주민들과 뜻을 모았다.

이러한 노력으로 다른 농촌마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를 지금은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소가 없다보니 마을 전체가 파리가 날리지 않는 청정한 자연환경을 갖추게 됐고, 우렁이만을 이용한 친환경농법을 고집하면서 수익도 배가 됐다.

마을발전에는 행정기관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 춘천시에서는 친환경농법 기술과 정보화마을 예산지원, 농산물 포장재 지원 등 다방면에서 지원을 하고 있다. 홍 이장은 “마을 주민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행정기관의 도움 없이는 이렇게까지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춘천시의 전폭적인 지원은 마을이 자립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이 마을 농민들은 다른 마을 농민들에 비해 손에 쥐는 돈이 더 많다. 지난해 벼 수매가격은 40㎏ 1포대 당 6만원으로 일반 수매가와 비교해 3000원 더 많이 받았다. 이 같은 일이 가능한 것은 2004년 마을 주민들이 주축이 돼 솔바우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 지역에서 생산한 농작물을 전량 수매한 뒤 도정해 외지에 비싼 값에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 52명이 참여해 만든 조합은 친환경 쌀 재배와 수매 가공 판매, 친환경 쌀 도정, 메주와 전통한과 가공 판매, 농촌관광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11년에 국비지원을 받아 마을에 조성한 대규모 친환경 완전미 가공시설은 마을을 먹여 살리는 1등 공신이다. 도정시설은 2012년 도내 법인으로는 처음으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우수농산물관리(GAP)제도 인증을 받기도 했다.

현재 이곳에서는 마을에서 생산한 친환경 쌀을 비롯해 춘천지역에서 친환경 농법으로만 재배된 쌀을 수매해 도정, 판매하고 있다. 사전 계약재배를 통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시중가보다 높은 수매가를 적용, 농가소득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홍 이장은 “이곳에서 도정을 마친 친환경 쌀은 서울의 특1급 호텔이나 강원도청, 친환경 학교급식으로 전량 납품된다”면서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쌀이 없어 못 팔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영농조합법인의 전체 매출은 2010년 1억2000만원에서 2012년 5억6700만원, 지난해 9억900만원으로 5년 만에 10배 가까이 늘었다. 도정시설을 짓기 위해 은행에서 빌린 자금 7억원은 시설운영 4년 만에 대부분 갚았다. 지난해에는 조합 설립 처음으로 10만원씩의 배당금을 지급했고, 올해는 20만원씩 배당금을 나눠 갖기도 했다.

12월 농한기에는 부녀회원들이 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판매해 부녀회의 공동수익을 올리고 있다. 특히 1월부터 설 연휴 전까지 20일 남짓한 기간에 주민들이 한과 만들기에 나서 1인당 350만∼400만원의 짭짤한 농외소득을 올리고 있다.

또 마을에서는 농사체험, 산나물 채취, 물고기잡기, 수확 체험, 눈썰매타기 등 4계절 친환경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해 도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춘천=글·사진 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대한민국 귀농귀촌 한마당 2015] 목록 보기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