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수교 50년] 朴·아베의 ‘축사’… 정상회담 가시권 들어와 기사의 사진
벌써 한·일 수교 50주년이다. 140년 전 운요(雲揚)호의 함포 사격으로 시작된 한·일의 근현대사는 1965년에야 정상적 관계로 정착됐다. 이후 양국 관계는 협력과 갈등의 연속이었다. 과거사 문제에선 끊임없이 대립했지만 안보와 경제 협력엔 필수불가결한 동반자였다. 양국 사이엔 이제 '어두운' 과거를 넘어 '밝은' 미래로 나아가야 할 필연성이 존재한다. 반세기를 넘어서는 한·일 관계를 3회에 걸쳐 조명해본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수교 50주년 기념 리셉션 교차 참석이 확정되면서 한·일 정상회담도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 해결 없이는 정상회담도 없다’는 박근혜정부의 대일(對日) 기조에 중대한 변곡점이 마련된 셈이다.

경색된 양국 관계를 정상화할 필요성은 한·일 정부 모두 공감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미·중이 세계 2강(G2) 대결을 펼치는 동북아 정세상 한·미·일 삼각 안보동맹의 한 축인 일본과 ‘담을 쌓고’ 지내선 안 되는 현실에 처했다. 일본 역시 과거사 도발 등 대한(對韓) 강경 기조로는 국제 외교무대에서의 고립을 피할 수 없다는 상황 인식을 하고 있다. 한·일 모두 ‘과거’에 맞춰진 눈높이와 시선을 ‘미래’로 옮겨가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21일 일본 방문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의 회담 배경에는 이 같은 양국 정부 간 공통인식이 놓여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주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매우 의미 있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양국 외교장관의 회담뿐 아니라, 한·일 정상의 기념행사 교차 참석 사실을 미리 시사한 셈이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각각 이 리셉션에서 직접 축사도 하기로 했다.

양국 외교장관은 도쿄 소재 외무성 이쿠라 공관에서 진행된 회담에서 외교관례인 모두발언 없이 세 시간가량 양국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했다. 활짝 웃는 얼굴로 악수한 뒤 짧은 인사말 교환만 취재진에게 공개하고 곧바로 본회담에 돌입했다. 특히 최대 쟁점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일본 근대 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문제 등에 회담 시간을 집중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에선 유흥수 주일 대사와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국장이, 일본 측에선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외무성 외무심의관,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등이 배석했다.

한·일은 포괄적이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양국 모두 국민감정을 거스르지 않는 합의점을 도출하는 데 적극 노력하는 분위기였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일부 진전이 확인되는 모양새다. 유 대사는 전날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이 양국 정상회담의 전제는 아니다”고 밝혔다. ‘관계 정상화가 늦어지더라도 역사 문제에 타협은 없다’는 기존 우리 정부 스탠스를 완화한 것이다. 유 대사는 이어 “어느 정도 정상 간에 이 문제에 대한 양해가 있는 가운데 (정상회담을) 개최하게 될 것”이라며 “연내 개최의 환경정비에 힘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또 “우리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추가) 사과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기존 사과에서 물러나지 않길 원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아베 정부가 고노 담화 유지를 표명한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뉘앙스다.

한·일 정상회담은 양쪽 정상 가운데 한 명이 상대국을 방문하는 형식의 단독회담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다자외교 무대에서 두 정상이 별도 회동하는 방식도 고려되는 듯하다.

한·일 외교장관은 경제·통상·안보 분야에 대해서도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 문제에 대해선 우리 측이 “상호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두 장관은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심각한 우려도 표명했으며,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인도적이고 조속한 해결에 공감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박 대통령의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에 대해서도 환영했다.

윤 장관은 일본의 방위안보 정책 추진이 평화헌법 정신을 견지하는 가운데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기시다 외무상은 “우리도 투명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한국 및 제삼국의 주권을 존중하며 국제법에 따라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두 장관은 회담 이후 만찬을 함께했으며 도쿄 시내의 한 호텔로 자리를 옮겨 공동 기자회견도 가졌다. 그러나 회담 도중 일본 극우시위대가 회담장 근처에서 혐한 구호를 외치는 등 소란을 피웠다.

강준구 신창호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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