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수교 50년] 길버트 로즈만 석좌교수 “한·일, 심각한 동아시아 위험성 인식해야 관계 풀릴 것” 기사의 사진
미국의 저명한 동아시아 전문가인 길버트 로즈만(72·사진) 프린스턴대 석좌교수(사회학)는 현재 동북아시아의 상황은 한국과 일본이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다면서 양국이 이러한 위험을 정확히 평가해야 양국 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로즈만 교수는 22일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국민일보와 가진 이메일 및 전화 인터뷰에서 기념할 만한 이정표인 양국 국교정상화 50주년이 양국 관계를 개선시킬 계기 없이 지나간다면 이는 소중한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한·일 관계가 이처럼 나빠졌다고 생각하나. 한국에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과거 침략 행위에 대한 부정 등 역사 수정주의 움직임이 근본원인이라고 본다.

“아베 총리가 국민적 정체성을 재건하는 정치적 의제를 추구하면서 한국을 무시한 게 양국 관계 악화의 주요한 요소라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2012년 이후 보수 성향의 아베 총리와 그 지지층뿐 아니라 다른 정치적 이념을 가진 일본인들의 마음도 돌아서게 한 한국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중국의 부상 등으로 인한 동아시아에서의 전략지정학적(geostrategic) 변화도 원인의 하나다. 이에 따라 양국이 상대방을 귀중한 전략적 파트너로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현재의 악화된 양국 관계를 고려할 때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은 어떤 의미가 있나.

“양국이 외교관계를 다시 회복하기로 한 지 50년이 되는 22일은 기념할 만한 이정표이다. 양국은 일찍부터 이날의 가치를 인식하고 이견을 줄이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미래지향적 분위기 속에서 이날을 잘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두 지도자가 서울과 도쿄에서 각각 열리는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이나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양국 갈등을 줄이기 위해 아베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하나.

“박 대통령은 현명하게 안보와 역사 문제를 분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등 일본의 안보정책 변화와 관련, 한국에서 재무장에만 초점을 맞추고 일본 자체의 방어를 위한 측면이 있다는 점은 무시되고 있다. 아울러 미국 한국 일본 간 3국 방위협력의 전략적 중요성도 너무 소홀히 취급되고 있다. 한편으로 아베 총리는 오는 8월 15일 종전 70주년에 맞춰 발표할 소위 ‘아베 담화’에 담을 어구를 선택하는 데 있어 일본 외교관들과 실용주의자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양국 긴장을 줄일 수 있는 전향적인 표현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올가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3자 정상회담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일 관계는 동북아의 안정과 역내 질서에 어떤 중요성을 갖나. 한국과 일본은 왜 화해하고 협력해야 하나.

“한국은 중급국가(middle power)로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다. 일본은 동북아에서 자신들이 직면한 도전보다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훨씬 다른 쪽의 사안에 더 민감하다. 한국과 일본 국민이 보통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동북아의 상황을 정확히 평가한다면 양국이 얼마나 서로 필요한 상대인가를 깨닫게 될 것이다.”

-현재 양국 간 갈등을 줄이려는 노력을 감안할 때 미래 양국관계는 어떠할 것으로 예상하나.

“미래 한·일 관계가 어떨지는 양국의 결정보다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결정에 더 달려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이 현재의 태도에서 탈피, 외교 공세에 나서고 중국이 한·미 간 동맹 약화보다 한반도 통일을 우선시할 경우 한·일 간 간극은 더욱 벌어질 것이다. 반면 ‘신냉전의 도래’를 선언하며 러시아가 중국과 북한과의 연대를 강화할 경우 한·일 양국의 연대는 강화될 것이다.”

길버트 로즈만 교수

로즈만 교수는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춘 동아시아학의 석학으로 꼽힌다. 1970년 동북아 문제로 프린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줄곧 사회학과에 재직해왔으며 '아시아를 향한 중국의 전략적 사고'(2010·맥밀란) '발전 저해하는 동북아 지역주의: 세계화 그늘 하의 상호 불신'(2004·케임브리지대 출판사) 등 동북아에 대한 책을 여러 권 펴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관련기사 보기]
▶ 엔저에 정치·사회적 악재 겹쳐… ‘역대 최악’
▶ 우리 정부, 日측에 먼저 의견 타진…日 부정 반응 보이다 20일 선회
▶“양국 정상, 대표라는 책임감 갖고 마주봐야 한다”
▶ 朴-아베, 수교 50돌 리셉션 교차 참석
▶ 朴·아베의 ‘축사’… 정상회담 가시권 들어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