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영배 상임부회장 “임금피크제 도입해도 청년 일자리 창출엔 한계 있다” 기사의 사진
경영계를 대변하는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은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정책브레인이다. 경총 조직에서 임원으로만 20년 넘게 일하고 있다. 그는 “기업 손익지표가 매년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기업의 고용 확대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고용 확대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새로운 산업정책을 통해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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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60세 정년 연장을 앞두고 민간기업의 임금피크제 도입이 현안이다. 정부와 경영계는 정년 연장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만큼 청년 고용절벽을 막기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현행 58세 정년도 못 채우는 근로자가 많은 상황에서 임금피크제는 임금만 삭감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노조 동의가 없더라도 취업규칙 변경만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방침이지만 노동계 반발은 거세기만 하다. 극적 타협이 없는 한 양측의 충돌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영계를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김영배(59) 상임부회장을 만나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그런데 의외였다. 임금피크제 도입은 필요하지만 기업들이 여기에 목을 매고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었다.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라 절감된 재원을 신규 채용으로 돌리라는 정부 요구 때문인데, 그렇게 되면 기업의 비용 요인은 그대로 남게 돼 오히려 부담을 느낀다는 지적이었다. 김 부회장은 반대만 하는 노동계보다 중재자로 나선 정부가 더 섭섭한 표정이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던가.

김 부회장 인터뷰는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경영계의 이론가답게 인터뷰 내내 거침없는 답변이 이어졌다.

-내년부터 300인 이상 대기업을 시작으로 60세 정년 의무화가 시행됩니다. 비용 부담으로 기업의 우려가 클 텐데요.

“그 부담은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줄이는 유인으로 작용해 청년층 고용을 크게 악화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정년 60세 의무화로 향후 5년간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약 115조원에 달합니다. 임금체계 개편 조치가 없다면 장년층 근로자 고용연장이 신규채용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면 그 절감된 재원을 청년층 일자리 창출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방침에 대해 노동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정년 60세 의무화 관련법을 만들 때 임금피크제를 염두에 두고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법조문에 넣었습니다. 당시 국회 속기록에는 임금체계 개편의 의미가 ‘정년연장을 통한 임금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여야가 다 인식하고 임금체계 개편 등으로 정리함’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평상시에 사측이 취업규칙 변경만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기존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겠지만 이번에는 법률 개정에 따라 불가피하게 도입하는 것이므로 불이익 변경으로 볼 수 없는 겁니다. 사회통념상 합리적 조치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또 사용자가 임금피크제를 임금 삭감 수단으로 사용한다든지 하는 것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학계에서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취업규칙 변경 근거가 예외적인 대법원 판례인데 이를 일반화하는 것은 확대해석이라고 합니다. 통상임금처럼 줄소송이 이어져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전체 근로자에 적용되는 통상임금 문제와는 좀 다르다고 봅니다만 소송이 제기된다면 할 수 없죠. 그보다는 임금피크제를 왜 하는 건지 근본 문제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정년 연장으로 인한 근로자 혜택이 100이라면 임금피크제에 따른 기업 혜택은 대략 20입니다. 즉, 정년 연장으로 임금인상분 100억원이 발생한다면 임금피크제 도입 시 기업 부담을 80억원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겁니다. 그걸 노동계가 반대하면 협력적 노사관계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정부에도 섭섭합니다.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절감액으로 신규채용을 하라는데 그렇게 하면 기업 부담은 그대로 100이 됩니다. 기업 부담을 완화해주는 정부의 배려가 없어요.”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나온다 해도 노조 있는 기업의 임금피크제 도입은 사실상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반대로 노조 없는 대다수 기업은 사측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임금피크제를 일방적으로 도입할 우려도 있고요.

“노조 있는 기업의 경우 노조가 집단행동을 통해 제동을 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 가이드라인이 노사 협상의 압력 요인은 될 수 있을 겁니다. 아울러 대한민국의 노조 조직률이 10%밖에 안 되니까 노조가 없는 기업에는 정부 지침이 상당한 영향력을 줄 겁니다. 물론 노조 주장대로 이를 악용하는 극소수 사업주가 있을 수는 있겠죠. 그런 부분은 정부에서 취업규칙 변경 사항 신고를 받을 때 충분히 지도 가능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정부가 모법에 위배되는 행정지침을 내놓을 경우 국회법 개정안 발효 시 규제하겠다고 했습니다.

“정치적으로도 참 어렵네요. 이토록 사회적 컨센서스가 형성이 안돼 있어 참담한 기분을 느낍니다. 기업들은 세계무대에서 지금 전쟁을 하고 있어요. 기업들이 마음 놓고 투자와 모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대한민국 노사 환경은 너무 미흡합니다.”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청년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노동계가 이를 믿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인건비만 줄이고 고용을 외면할 수도 있다는 의심을 갖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이 정년 연장으로 과도한 고용 부담을 안고 가면서 신규 인력을 채용한다는 게 가능하다고 봅니까.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정년 문제 등 여러 압박 요인들이 한꺼번에 오는데 기업들에 사람 더 뽑으라 할 수는 없는 것이에요. 기업에 대한 과도한 기대죠. 고용 창출을 하려면 정부가 새로운 산업정책을 펼쳐나가야 합니다. 단지 노사정이 합의하면 사업주들에게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제공하게 되니까 그게 고용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거죠.”

-임금피크제로 인한 비용 절감 부분이 곧바로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말씀인데요. 그렇다면 더더구나 노동계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텐데.

“그렇죠. 노사정이 같이 참여하는 분위기가 된다면 임금피크제 절감분을 고용 확대에 쓸 수 있지 않겠나 하는, 그런 가능성을 본 거죠. 경영계가 임금피크제를 엄청나게 주장하다 보니 마치 기업 사활이 걸린 걸로 보는데 사실 거기에 사용자가 목을 매고 있진 않아요. 신규 채용 쪽으로 사회적 압력이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이 내면적으로는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민간은 공공부문과 달리 임금피크제를 도입해도 고용총량을 유지하려 할 겁니다.”

-연내 임금피크제 도입에 실패할 경우 개별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대책이 있습니까.

“노사 자율 협상으로 가야 하는데 그것은 기업 스스로가 책임질 수밖에 없습니다. 노조가 임금피크제를 반대하면 회사 사정이 안 좋은데 임금 더 달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기업들은 다른 방법을 찾을 겁니다. 그럼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옵니다. 예전에 봤듯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외주화가 진행되고 기업의 해외이전이 가속화되는 등의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거죠. 근로자에게 가장 독이 되는 풍선효과는 사업체의 해외 이전입니다.”

-경총 입장에선 임금피크제는 과도기의 임시방편이고 전반적인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직무·성과중심 임금체계로의 개편이 필요합니다. 이는 인건비 절감 목적이 아니며, 직무가치와 생산성에 연동되는 합리적 보상체계를 수립하자는 겁니다. 장년 근로자의 임금과 생산성의 괴리를 줄이는 임금피크제는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전초단계의 문제일 뿐입니다. 임금체계 개편을 하려면 기업이 처한 업종, 직종 등에 따라 현장의 노사가 해결해야 할 기술적 부분이 대단히 많습니다. 새로운 기술집약시대에 적합한 임금체계로 변화시켜 나간다는 게 목표입니다.”

-정부가 지난 17일 1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했는데 이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정부가 여러 가지 노력을 하는 건 인정합니다. 한데 엄청난 고용기피 현상이 민간기업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책임도 일정 부분 정부에 있어요. 정년 연장 직격탄이 청년 고용절벽이에요. 청년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올라가는데 기업들이 내년부터 사람이 남아돌 걸 생각하고 지금부터 안 뽑습니다. 기업들은 가치판단을 하지 않습니다. 물이 위에서 밑으로 흐르듯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흘러갑니다. 그런데 노동개혁에서 비정규직 보호 등 다른 부분을 자꾸 끼워 넣기 하고 있습니다. 정부 정책이 백화점식으로 되니까 초점이 맞지 않습니다.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더 경직되게 만들고 있습니다.”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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