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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이쯤에서 포용의 정치 보여줬으면

“유 원내대표 잘못 크지만, 사퇴시키면 대통령 포함해 여권 전체가 상처 입을 것”

[김진홍 칼럼] 이쯤에서 포용의 정치 보여줬으면 기사의 사진
박근혜 대통령은 ‘6·25 작심 비판’ 발언으로 정국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견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배신의 정치’란 거친 표현을 써가며 정치권을 질책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분석이 있지만 일종의 조급증 아닐까 싶다. 임기 반환점을 코앞에 두고 있으나 이렇다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 성급한 마음 말이다.

되돌아보면 지난 2년4개월여 동안 대형변수들이 적지 않았다. 박근혜정부 출범 첫해 국무총리 인준 문제로 시간을 허비했고, 지난해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전국 단위의 선거가 없는 금년을 민생경제에 집중하는 해로 삼자고 다짐했으나 뜻하지 않은 ‘메르스 쇼크’로 국정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경제활성화법안들은 국회에서 제때 통과되지 않아 효과가 반감되기 일쑤였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 입장에선 한숨이 절로 나올 법한 답답한 상황이라고 하겠다.

그 와중에 나온 것이 국회법 개정이라는 여당의 헛발질이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국회법 개정은 연계해선 안 될 사안이다. 하지만 야당이 세월호조사특위의 활동과 관련한 정부 시행령을 바꾸려고 국회법 개정을 끈질기게 요구하자 유승민 원내대표가 이를 덜컥 수용했다. 유 원내대표가 야당의 ‘끼워팔기’에 당한 셈이다. 국회법 개정안이 정부 입법권과 사법부의 심사권을 침해했다는 위헌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여당은 강제성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강제성이 없다면 왜 국회법을 개정했는지 설명이 안 된다. 또 야당은 여전히 강제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강제성이 있다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미다.

유 원내대표의 잘못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청와대가 국회법을 개정해선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했음에도 그는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직전 여당 의원들에게 ‘청와대가 그리 반대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어긋난 말로 설득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서라지만, 청와대 의견을 무시한 것이다. 그러자 청와대 내에서 유 원내대표가 취임 이후 4개월여 동안 정부 정책과 다른 개인적 생각을 밀어붙인 사례들이 새삼 부각됐고, 누적된 불만들이 ‘유승민 사퇴론’으로 분출됐다고 할 수 있다.

청와대 기류는 유 원내대표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쪽이다. 친박(親朴)계의 공격도 거세다. 유 원내대표의 정계은퇴까지 언급하고 있다. 당정청 회의가 열리지 않은 지도 꽤 됐다. 코너에 몰린 유 원내대표가 자진사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부질없는 제안일지 모르겠으나 이쯤에서 박 대통령이 포용의 정치를 보여주면 어떨까 싶다. 국회법 개정안의 폐기라는 목적을 달성한 마당에 90도로 몸을 숙여 대통령에게 사과한 유 원내대표를 기어코 사퇴시켜야겠다면서 비박(非朴)과 힘겨루기를 벌인다면 자칫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생채기가 추가될 수 있다. ‘고작 여당 원내대표를 찍어내려고 그 난리를 피운 거야?’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유 원내대표를 낙마시킬 경우 후폭풍이 클 것이란 점도 고려해야 한다. 권위주의 시절처럼 당청관계가 수직적 관계로 회귀하면서 대통령은 ‘제왕적’, 여당은 ‘거수기 정당’으로 비쳐질 소지가 다분하다. 이는 바람직한 소통 구조가 아닐뿐더러 올 정기국회와 내년 총선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며, 2년 반이라는 남은 임기 동안 국회의 협조를 얻기도 여의치 않게 될 수 있다.

아마 유 원내대표는 정신이 번쩍 들었을 것이다. 그가 “대통령과 이 정부가 성공해야 공동운명체인 여당도 성공한다”는 자신의 말을 실천할 수 있도록 대통령이 한 번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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