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명품마을을 가다] (12) 경북 청도군 풍각면 성수월 마을 기사의 사진
2007년 댐 건설로 수몰돼 저수지 주변에 새로 조성된 경북 청도군 풍각면 성수월 마을이 아늑하게 펼쳐져 있다. 성수월 마을 제공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경북 청도군 풍각면 성수월 마을은 4∼5년 전부터 연간 10만∼15만명의 방문객이 찾아오는 인기마을이 됐다. 댐 건설로 마을이 수몰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철가방코미디극장’(웃음건강센터), ‘몰래길’ 등 기발한 역발상 아이디어로 사람들이 북적대는 마을로 거듭났다.

지난 25일 청도IC를 지나 20여분 정도 차를 몰고 가자 성곡댐과 성곡지가 나왔다. 저수지 바로 옆에는 현대식 가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성수월 마을이 자리 잡고 있었다. 비슬산과 성곡지를 끼고 있어 농촌 마을보다는 휴양지라는 말이 더 잘 어울렸다.

마을에서 이색적인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집 담벼락에 벽화 대신 마을의 과거와 현재를 기록한 사진들이 붙어 있었다. 코미디 극장으로 사용되는 중국집 철가방 모양의 건물도 눈에 들어왔다.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식당과 커피전문점도 있었다.

마을 입구에서 만난 박성기(52) 청도성수월마을(영농조합법인) 운영위원장은 “원래 마을은 옆에 보이는 저수지에 잠겨 있다”며 “수몰 마을이 19년 만에 청도군를 대표하는 마을이 됐다”고 말했다.

성수월 마을은 행정구역상 성곡1·2·3리, 수월리, 봉기리, 현리리가 포함돼 있다. 전체 380여 가구에 9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성수월 마을의 중심 역할을 하는 성곡1·3리는 2007년 댐건설로 원래 마을이 물에 잠겨 저수지 주변에 새로 마을을 만들었다. 수몰될 당시 81 가구(240여명) 중 60여 가구가 마을 떠났고, 20여 가구(45명)만 남았다. 1997년 댐 건설이 결정된 후 ‘사과 따기 축제’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했지만 마을 주민들이 떠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80여㎡의 농지도 같이 수몰돼 농업으로 생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하지만 박 위원장과 남은 마을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마을이 수몰 된 후 저수지 바로 옆에 마을을 새로 만들었고, 2004년 계획한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08년 마을 수몰 과정에서 발견된 고대 왕국 이서국의 유적지 일부를 발굴해 저수지 인근에 복원했으며, 2009년 마을사업의 사령탑인 ‘그린투어센터’를 완공했다. 박 위원장은 유명 개그맨인 전유성씨를 설득해 주소지를 성수월 마을로 옮기도록 했고, 전씨와 함께 2011년 전국 최초로 농촌과 코미디가 접목된 코미디 극장을 세웠다. 성곡지 주변을 산책할 수 있는 6.6㎞(1시간 30분 소요) 길이의 ‘몰래길’도 만들었다. 몰래길은 이서국 나무꾼이 이 길에서 몰래 소원을 빌었더니 소원이 이루어지더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3년부터 흔한 벽화 대신 사진으로 마을 담벼락을 채우는 ‘마을사진전’도 열고 있다. 마을 전체가 수몰 전 마을 사진과 철거 과정, 주민들이 살아온 모습 등을 보여주는 전시장인 셈이다.

다양한 마을사업도 벌이고 있다. 미나리 채취, 사과 따기 등 계절별 체험과 자전거투어, 자연미술·음악·푸드학교 등 방문객의 흥미를 자극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방문객이 2시간 이상 주차하면 오히려 현금 500원을 주거나 카페·식당에서 1000원을 할인해 주는 등 역발상 아이디어로 관광객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한다.

특히 50여석의 철가방코미디극장은 마을을 대표하는 명소가 됐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공연이 열리는 극장은 언제나 만원이다. 주말의 경우 한달 정도 전에 미리 예약해야 할 정도다. 청년 개그맨 지망생 30여명이 치열한 아이디어 회의와 연습을 통해 만든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철가방코미디극장은 전유성씨의 아이디어였다. 박 위원장은 2008년 전유성씨에게 마을 주민이 돼 달라며 졸랐고, 끈질긴 구애에 굴복한 전씨는 2009년 100여명의 청년 개그맨 지망생을 모아 성수월 마을에서 교육을 시작했다. 결국 끝까지 청도에 남기로 한 30여명의 제자들과 함께 웃음을 배달한다는 의미의 철가방코미디극장을 세웠다. 극장은 이제 마을에 방문객들을 불러 모으는 명소가 된 것은 물론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철가방코미디극장(청도코미디시장)은 2013년, 성수월마을 법인은 지난해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아 청도 유일의 사회적 기업이 되기도 했다. 성수월 마을은 코미디 극장 운영과 복숭아·사과·감 등 특산품 판매, 마을식당 운영, 체험 프로그램 등 마을 사업으로 연간 9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성수월 마을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수익 모델도 준비 중이다. 저수지를 활용해 수상가옥, 카누 등 수상 레포츠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미 카누 15대를 구입해 놓은 상태다. 또 성곡지를 이용해 생태공원을 조성하고, 비슬산에 등산로를 개설할 계획이다. 저수지 주변에 태양전지 등을 설치하는 햇빛 발전소(에너지자립마을) 사업도 준비 중이다.

청도=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대한민국 귀농귀촌 한마당 2015] 목록 보기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