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위철환] 한·일관계 어떻게 풀어야 하나 기사의 사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한 올해도 과거 위안부 사과 문제 등 때문에 한·일 관계는 불편한 상태에 놓여 있다. 당위성으로 보면 한·일 관계를 국가적으로 정상화시켜야함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문제는 과거와 현대를 어떻게 방법론적으로 조화롭게 연결시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느냐이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일본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한다고 느낀다. 대한변호사협회장 임기를 마치고 수원으로 복귀한 어느 날, 일본에서 편지 한 통이 날아왔다. 일본 요코하마 변호사협회 회장이 보낸 안부 편지였다. 친절하게도 그 편지는 영어도 일본어도 아닌 한국어로 쓰여 있었다. 또 하나 더 놀라운 것은 내용의 세심함이었다. 필자가 재임하는 동안의 크고 작은 행적들을 적은 것은 물론, 일본 및 일본 변호사와 관계된 대한변호사협회장으로서의 활동을 소상하게 언급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편지의 말미에는 양국 변호사들이 장래에는 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위 편지를 보면서 오노 다케시(小野毅) 일본 변호사에게 한방 맞은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수년 동안 양국 변호사들 간의 교류를 통해 느낀 바는 일본 변호사들이 우리에 대해 많은 것을 세심하게 알고 있고, 계속 연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 치밀함에 감탄하다가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우리가 위안부 및 강제 징용 배상, 독도 문제에 대해 국제적으로 주도권을 잡고 싶어도 과연 이렇게 노력하지 않고 섣불리 감정적인 대응만을 해서야 가능할 수 있을 것인지 심히 걱정되기 시작했다.

또한 일본을 적으로만 간주하지 말고 진정한 국제 파트너로서 대우하며 신뢰감을 줄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는 생각이다. 내가 진정 상대를 신뢰하고 이해하고자 할 때 상대도 진정성을 가지고 나에게 감동하고 타협의 손길도 내밀게 될 것이다. 일본 내 극우세력들이 혐한 시위를 일삼고 총리는 공식적으로 신사참배를 하는 등 못마땅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한국 변호사들과 일부 일본 변호사들은 대한변협 산하 일제 피해자 특별위원회 주도로 학술세미나를 개최하고 피해자들을 위해 진상을 규명하고 성의 있는 배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면서 법정 투쟁을 전개하기도 하였다. 그 결과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 부산 광주 각 하급법원에서는 일본의 가해 기업들이 일제 강점기 하의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일제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배상판결이 나온 마당에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해 재단설립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가해자인 일본 정부, 당시 일본 가해 기업 등이 과거 잘못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 후 일정 기금을 모아 재단을 설립한 다음 그 재단에서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하는 방식이다. 양국이 서로 대안을 가지고 많이 만나고 소통하여 신뢰감을 증대시켜 나갈 때 그 열쇠가 보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제관계에서는 무엇보다 힘의 논리가 작용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억울한 사정을 호소하고 정의를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힘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도 있다. 정신력 경제력 군사력 등이 우위에 있거나 적어도 대등하다면 무시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찍이 플라톤이 ‘정의란 강자의 이익’이라고 갈파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과의 관계가 하루빨리 정상화돼 한·일 양국이 함께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위철환 전 대한변협 회장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