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칼럼] ‘경제 살리기’는 동네북인가 기사의 사진
‘경제 살리기’는 최근의 한국 정치판에서 애용되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다. 주로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즐겨 쓴다. 여야 대립 등 정치적 교착상태에 빠지면 자주 꺼내든다.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는다’ ‘경제를 살리려는데 협조를 하지 않는다’로 압박하면 발톱을 세우던 야당도 적당한 대거리를 찾지 못해 당황한다.

‘유승민 정국’을 초래한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명분의 하나도 경제 살리기였다. 속내는 유승민 찍어내기였지만 틀은 경제였다. 문제를 촉발했던 지난 25일 국무회의 때의 발언을 보자. “정치의 문제가 경제와 민생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 “국회법 개정 이전에 당연히 민생법안의 사활을 건 추진이 필요함에도” “오랜 침체에 빠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들어야 하는 절박한 과제” “한 번 경제법안을 살려라도 본 후에 그런 비판을 받고 싶다”. 경기 회복이 절실한데도 유 원내대표가 야당의 동의를 얻는데 적극적이지 않았음을 질책한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한 행사 참석 후 기자들에게 민생경제를 살리려는데 야당이 전혀 협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말하는 경제 살리기의 요체는 이른바 민생법안의 국회 통과다. 관련 법안이 하루빨리 처리돼야 경기가 회복될 수 있음에도 야당이 비협조적이란 얘기다.

그러나 야당의 생각은 다르다. 여당이 요구한 30개 법안 중 23개는 이미 통과됐거나 본회의에 상정됐으며, 나머지 7개는 논란이 있거나 민생법안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일부는 고용창출 등 예상 효과가 엉터리로 산출됐고, 의료 영리화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국민을 해코지하는 법’이라고까지 비판했다. 계류 중인 법안들은 여야 입장 차이가 확연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야당을 상대로 ‘무조건 통과시켜라’고 겁박할 것이 아니라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설혹 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더라도 그것을 풀어내는 것이 정치다. 통치와 정치를 단단히 착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 집안싸움으로 정국을 경색시켜 결과적으로 민생 축내기에 앞장선 이들이 누구인지는 국민들이 더 잘 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경제 살리기는 참 뜬금없고 황당하다.

경제는 정치권의 외침으로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법률과 제도 등은 경제 살리기의 충분조건은 될지언정 필요조건은 아니다. 결국 가계와 개인 등 경제 주체들의 마음이 움직여야 된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의 우선순위에 대기업이 아니라 자신들이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해야 한다. 가계와 개인의 소득 증대 방안 마련이 시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책에 대한 진정성 역시 중요하다. 사소한 사례라 할 수 있으나, 늘 경제를 살린다면서도 관광산업 육성의 핵인 한국관광공사 사장 자리를 수개월째 공석으로 둔다든지, 공기업 경영 효율을 주창하면서도 비전문가 낙하산을 잇따라 내려보내는 행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덩치를 키우는 일보다 탄탄한 내실을 갖는 것이 진정으로 경제를 살리는 길인지도 모른다. 가계 빚 1100조원이란 현실과 미국의 금리 인상이라는 거대한 충격파가 목전에 있는 상황에서 저금리 정책으로 부동산을 띄우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364대 1과 274대 1. 최근 부산 해운대구와 대구 수성구에서 분양된 아파트 평균 경쟁률이다. 이 같은 과열을 진정시키는 것이 경제 살리기의 본령이다. 경제는 목소리를 높인다고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동네북처럼 누구나 두드린다고 회생하는 대상은 더더욱 아니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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