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모짜르트는 천재가 아니다” 기사의 사진
음악사에서 4장의 결정적 장면을 포착해 각각의 장면을 80∼100페이지 분량으로 조명했다.

20세기 초반 미국의 ‘재즈와 로큰롤’, 1960∼70년대 한국의 ‘통기타 음악과 그룹사운드’, 18세기 비엔나의 ‘모차르트와 베토벤’, 그리고 해방 전후 한국을 풍미한 두 노래 ‘사의 찬미’와 ‘목포의 눈물’이 선택됐는데 그 기준은 아마도 제목으로 쓰인 ‘전복과 반전의 순간’인 듯 하다.

음악에 역사와 문화사, 사회사 등을 버무려 풍성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일반 시민 대상 강연을 바탕으로 집필된 책이라서 쉽게 읽히기도 한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독법의 참신함이다. 음악사에는 이야기 거리가 널려있다. 음악을 통해 시대와 문화를 읽어내려는 시도가 새로운 것도 아니다. 다만 누가 쓰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아주 달라질 수 있다. 강헌이야말로 바로 그런 저자라는 걸 증명했다.

이 책은 강헌의 첫 책이다. 그는 대중음악에서 평론의 영역을 개척한 인물 중 한 명이고 오랫동안 논평 활동을 해왔다. 특히 사회적이고 인문적인 시각에서 대중음악을 논하는 드문 경우에 속했으며 ‘좋다 싫다’를 분명하게 말하는 평론으로 유명했다. 책에서도 그는 ‘나’를 분명히 드러내고 누구의 해석도 아닌 ‘강헌식’ 해석을 시도한다.

“스윙을 한국말로 과연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잘 모르겠다. 그런데 그 느낌은 알 것 같다. 스윙을 내 식으로 표현해보면 어떤 음악들을 들을 때, 왠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플로어로 막 달려가고 싶은 느낌, 그 순간의 감정이 스윙이다. 그리고 그 느낌을 이끌어내는 음악이 바로 재즈다.”

“내가 보기에 이렇게 유럽 백인의 음악사에서 밀려난 이 악기들(관악기)이 대서양을 넘어, 새로운 세기에 바로 노예 출신의 흑인들과 만난 것이야말로 음악사에서 가장 위대한 마리아주(mariage·결합)다.”

강헌은 음악사를 넓고 깊게 읽어내고, 쉽고 예리하게 쓴다. 또 정교하기보다는 직관적인 해설을 선호한다. 재즈와 클래식을 구분하기 위해 그는 두 사람의 간략한 말을 인용하고 만다.

“우리가 클래식이라고 부르는 음악을 사실 클래식이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 내가 볼 때 클래식은 그냥 ‘엄격한 음악’이다.”(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라고. ‘재즈 뮤지션은 끝없이 움직이고 변하는 존재이므로, 지나간 것의 재현은 불가능하다’고.”(색소폰 연주자 레스터 영)

우리에게 익숙해진 이야기들이 새로운 질문과 함께 색다른 해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모차르트는 신동도 천재도 아니다”라는 주장을 보자.

“그는 여섯 살 때부터 작곡을 시작했으나 그의 대표작이라 할 말한 작품들은 대부분 스물다섯 이후에 나왔다. 즉 서른여섯의 짧은 생애 중 걸작들은 마지막 11년에 집중적으로 나왔다. 그는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음악적 완성을 이룬 것이다.”

재즈 음악의 전설 루이 암스트롱이 그토록 중요한 인물이 된 것은 그가 단 한 순간도 흑인의 입장에서 발언하지 않았고 백인들의 입장에 충실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나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가 10대의 반항을 대변한 시기는 길어야 1년 10개월 남짓하다며 그를 미국 10대의 대변자로 부르는 것은 과하다는 주장도 흥미롭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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