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채수일] 진정한 자유 기사의 사진
‘그대가 자유를 찾아서 떠나려고 하거든, 욕망과 그대의 지체가 그대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지 않도록 먼저 그대의 감각과 영혼을 훈련하는 법을 배워라. 정신과 육체를 정결케 하고, 그대에게 정해진 목표를 찾아 거기에 복종하고 또 순종하라. 자유의 비밀을 경험한 사람은 없다. 그것은 오직 훈련에 의할 뿐이다. 마음대로 행하지 말고, 정의를 단연 행하고, 가능성 속에서 동요하지 말고, 현실적인 것을 대담하게 붙잡으라. 자유는 생각의 도피 속이 아니라, 오직 행동 안에만 있다’. 독일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1906∼45)가 옥중에서 쓴 시, ‘자유의 도상에 있는 정거장’의 일부입니다.

그의 서거 70주년을 맞아 본회퍼의 생을 작품화한 ‘전율의 잔’(최종률 연출, 정선일 제작프로듀서)이 최근 무대에 올랐습니다. 이 작품은 본회퍼의 옥중 시 ‘자유의 도상에 있는 정거장’의 네 연, 곧 ‘훈련’ ‘행동’ ‘고난’ ‘죽음’의 과정을 따라 본회퍼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21세에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23세에 교수자격 논문을 제출해 일찍이 천재 신학자로 인정받은 본회퍼는 목사로서 독일의 나치 정권시대에 히틀러 암살 음모에 가담했다가 체포돼 마침내 39세에 교수형을 당한 신학자입니다.

그리스도인이 아무리 독재자라고 해도 살인을 할 수 있느냐는 신학적, 윤리적 질문 앞에서 고뇌했지만 사람들을 해치는 ‘미친 운전자’를 차에서 끌어내리는 것이 ‘부상당한 사람들을 쫓아가며 치료하는 것보다 더 신앙적이다’고 생각한 그는 마침내 자신이 선택한 삶에 대하여 하나님 앞에 책임질 각오를 가지고 히틀러에게 저항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저항의 마지막은 교수형이었습니다.

우리 시대의 자유는 ‘무엇(억압, 폭력, 낡은 인습 등)으로부터의 해방’,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능력’ 등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욕망을 충족함으로써 자유가 성취된다는 생각은 사실 욕망 충족의 가장 현실적인 도구인 돈을 쫓는 맘몬주의의 노예가 되게 합니다. 돈은 자유의 근원이자 목적이 된 것입니다. 자유라는 이름으로 타인과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는 이 뻔뻔스러운 무례함과 오만함은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보수와 진보, 이념에 있어서도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본회퍼에 따르면 훈련 없는 자유는 우리를 욕망의 노예로 전락시키고, 행동 없는 자유는 소시민적 개인주의에 빠지게 합니다. 참된 자유를 찾는 사람은 정신과 육체를 정결케 하고, 감각과 영혼을 훈련해야 합니다. 자유는 하고 싶은 일을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코 정의를 행하는 데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본회퍼를 다시 불러내는 것은 오늘의 한국 교회도 그리스도인의 자유를 값싼 은혜로 바겐세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대가나 노력 없이 얻는 은혜, 죄인을 의롭다고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죄를 의롭다고 인정하는 은혜, 참회 없는 사죄, 죄의 고백 없는 성만찬, 십자가 없는 은혜’가 값싼 은혜입니다.

‘축복론’ 등으로 치장된 한국 교회 안에서 값비싼 은혜로서의 자유는 추방당한 지 오래됐습니다. 예수의 제자직이 세상 한복판 안에서 실천되지 않는 곳에 값비싼 은혜는 없습니다. 모든 의무와 말씀에 대한 순종과 세속에 대한 저항을 면제해주는 것이 마치 은혜인 것처럼 선포하는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가 아닙니다.

‘살아 계신 예수 그리스도가 없는 그리스도교는 반드시 제자직이 없는 그리스도교로 남게 되며, 제자직이 없는 그리스도교는 언제나 예수 그리스도가 없는 그리스도교로 남게 된다’는 것이 본회퍼의 증언입니다.

채수일 한신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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