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電 우리에게 무엇인가] ‘원전 마피아’ 불신 씻고 경쟁력 높일 열쇠는 결국 ‘사람’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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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납품비리 사고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보다 더 뼈아픈 일이었다. 안전성은 강화할 수 있는데, 불신은 어떤 노력도 의심받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013년 한국 원전업계를 뒤흔든 원전 납품비리 사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원전 업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기술력과 전문성을 요하는 원전업계 특성상 전문 인력이 부족한 현실에서는 한정된 이들이 요직을 독식하는 구조가 단기간에 깨지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원전 마피아'들이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전마피아’ 오명 벗을 해법은 결국 ‘사람’=2013년 5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신고리 1·2호기, 신월성 1·2호기 제어 케이블 시험성적서가 위조됐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시작된 원전 부품 납품비리는 원전 업계는 물론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납품비리가 드러난 원전 업계의 현실은 충격적이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 부품 제조업체는 물론 시험기관, 국무총리실 산하 원자력감시기관 등 규제·감시기구까지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폐쇄적·독점적 관계를 일컫는 ‘원전 마피아’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당시 한수원 사장이 교체되고 검찰이 대대적 수사에 들어가 기소된 사람만 100명에 육박했다. 그러나 한 번의 비리 수사가 끝은 아니었다. 이후 원전 고장과 이로 인한 원전 가동 중단은 종종 발생했다. 신고리 3·4호기에 납품된 케이블도 불량으로 판명되면서 이를 전면 교체하는 일도 있었다.

원전업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깊어졌다. 정부나 한수원이 비리 방지 종합대책, 원전 안전성 강화조치 등을 내놓고 국내 원전 기술력을 누차 강조해도 땅에 떨어진 신뢰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해 말 제정, 발표한 원전사업자 관리감독에 관한 법률은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원전 부품 납품이 특정업체에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관련 규정을 강화하고, 법위반 시 제재를 강화하는 등의 규제 강화 감독법이다. 그러나 법이 없어서 비리가 만연한 것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원전업계의 배타적·폐쇄적 문화를 해소하지 않는 한 투명성 확보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

원자력 분야 전공 박사의 40%가 특정 대학에서 배출되는 현실에서 ‘전문인력 독점’은 불가피하다. 12일 미래창조과학부와 원자력산업회의에 따르면 2013년 현재 기준 원자력 전공 과정이 개설된 대학은 전국에 15곳으로 전임강사 이상 교수도 145명에 불과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 비리로 인해 전문인력 양성, 교육 확대 투자 등을 요구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됐다”면서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런 문제를 해소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더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방식의 전문인력이 양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4세대원전·원전해체기술 등 신(新)기술 전문인력 양성 시급=원전의 해외 수출과 원전 폐로 준비, 제4세대 원전 기술 경쟁 등으로 원전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원전 안전성과 친환경적인 미래를 위해서도 원자력 관련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 양성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원전 환경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기술 개발·연구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원자력산업회의가 지난 4월 발간한 원자력사업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자력 분야 연구·공공기관은 현재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기술인력 확보 곤란(31.3%)을 꼽았다.

당장 국내 원전 산업의 현안으로 다가온 고리1호기 폐로 문제나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 문제 등은 관련 기술력 확보가 시급하다. 원전 폐로의 경우 한국은 아직 원전 해체 경험이 없다. 방사선안전관리, 화학제염기술, 원격절단기술 등 필요한 핵심 기술 38개 중 한국이 보유한 기술은 17개에 불과하다. 사용후핵연료 처분 방식과 관련해서도 국내 전문 연구진은 40여명에 불과하다. 정재준 부산대 원자력안전연구센터장은 “해체 기술은 향후 시장성을 고려할 때도 엄청난 분야”라면서 “고리1호기의 해체는 최소한 우리가 주도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해외 원전 수출이 본격화되면서 절대적인 인력 공급 필요성도 더 커진 상황이다. 정부가 2010년 ‘원자력발전 인력수급 전망과 양성대책’에서 예상한 필요 전문인력 수요는 2020년까지 23만9000명에 달한다. 이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지면서 원전 안전 관련 연구 수요도 더 커졌다. 특히 스마트 원전 수출로 관심이 집중된 중소형로나 한·미원자력협정 체결 이후 연구 필요성이 높아진 제4세대 원전 등은 원자력 관련 미래 산업의 대표적 블루오션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도 관련 연구·개발 필요성을 인정, 올해 3146억원을 투자하는 등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원전 선진국에 비해 원전사업자의 연구 개발, 인력양성 기여도가 아직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3년 국내 원자력발전 사업자의 원자력 관련 연구개발비는 3358억원(4.9%)으로 전년보다 5.5% 감소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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