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법에 있으니… 시늉만 하는 경비원 직무교육 기사의 사진
서울 동대문구 한 주상복합건물의 경비원 김모(64)씨는 지난달 25일 경비원 직무교육일지에 서명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고용한 A경비업체와 사이가 틀어졌다. 김씨는 “일을 시작한 지난해 9월부터 직무교육을 단 한 차례도 받아본 적이 없다”며 일지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 전에도 매번 경비업체 직원이 찾아와 형식적으로 서명만 받아갔다. 김씨는 “(서명을 안 하면) 일을 그만두라고 할까봐 그동안 경비업체 요구를 거부하기 힘들었다. 더 이상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아 서명을 거부했다”고 털어놨다.

직무교육일지가 뭐기에 이런 일이 벌어질까. 경비업법은 경비원들이 매달 경비업체가 제공하는 직무교육 4시간을 이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론·실무과목과 더불어 사회적 이슈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받은 뒤 교육일지를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A업체처럼 교육 없이 서명만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A업체는 그날 이후 김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김씨가 근무복 긴팔을 잘라 반팔로 만든 것, 경비실 내에서 슬리퍼를 신는 것, 근무 시간에 병원에 다녀온 것 등을 트집 잡았다. 달리 저항할 방법이 없었던 김씨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김씨는 “슬리퍼 착용 등 관리사무소의 묵인을 받았던 일에 대해 경비업체가 지적하는 것은 서명 거부에 대한 보복”이라면서도 “아픈 아내를 보살펴야 해 서명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A경비업체는 왜 기를 쓰고 서명을 받으려고 하는 것일까. 그건 매년 두 차례 진행되는 관할경찰서의 정기점검 때문이다. 모든 경비업체는 반기별로 관할경찰서의 지도·점검을 받아야 한다. 문제가 드러나면 영업정지 등 행정조치를 받는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비원 교육을 하지 않아 서울에서 적발된 건수는 모두 66건에 그쳤다. 반면 업계는 이 숫자가 ‘빙산의 일각’이라고 본다.

25년 동안 경비용역 업계에서 일한 이모(64)씨는 “법에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시늉만 하는 것”이라며 “거짓 서명을 받은 뒤 점검을 피해가는 업체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영세업체의 경우 경비지도사를 뽑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부담스러워 구색만 갖추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A경비업체도 경찰 점검에 단속된 적이 없다. 경찰은 “서류에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 실제 직무교육이 이뤄졌는지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직무교육이 실효성을 갖는지도 의문이다. 2교대로 근무하는 경비원들은 교육을 위해 시간을 내기 어렵다. 이들은 서면 교육 등으로 대체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교육은 필수라고 말한다. 예전보다 경비원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것도 교육이 필요한 이유라고 했다. 이런 요구가 반영돼 지난해 7월 경비업법 개정 과정에서도 직무교육 4시간 이수는 사라지지 않았다.

한국경비지도사협회 박근수 사무총장은 13일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경비원들에게 더욱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시시각각 위험 요소를 숙지하고 대비하기 위해선 직무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무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약자인 경비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며 “경찰의 경비업체에 대한 단속 강화와 구속력 있는 행정처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황인호 신훈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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