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명호] 협치가 권력이다 기사의 사진
며칠 전 만난 남경필 경기도지사에게 메르스 사태를 비교적 잘 대처했다는 언론 등의 평가가 있다고 말해 줬다. 대화를 시작하는 인사치레 겸 덕담이었다.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자기가 한 게 아니고 이기우 사회통합담당 부지사가 아주 잘 대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남 지사는 연정(聯政)을 내세우며 야당 국회의원을 지낸 이 부지사를 영입했다.

메르스가 터지고 남 지사가 비상 대응을 하려니 무엇보다 전문가들의 조언이 필요했다. 전문가들은 의사다. 효율적 대처를 위해 도내 대형 병원들을 접촉해 하나의 방역·치료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 그런데 병원들이 난색을 표한다. 메르스 거점 병원 지정 이후 닥쳐올 후유증과 공포가 무서워서였다. 여기서 팔 걷어붙이고 나선 이가 이 부지사다. 이들을 일일이 만나 꼬박 3일을 소통하고 설득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들의 현실적 어려움을 이해했고, 남 지사는 도 예산과 행정력을 동원해 모두 해결해 주기로 했다. 관련 단체도 협력했다.

6월 9일, 도내 대형병원 32곳과 공공병원 6곳이 주축이 된 ‘경기도 메르스 치료 민관 네트워크’가 처음으로 가동됐다. 이른바 메르스 안심병원 시스템이다. 경기도병원협의회와 지역의사협회, 지역간호사협회가 참여했고 야당이 장악한 도의회도 도왔다. 이런 게 협치(協治)다. 당시 중앙 정부의 컨트롤타워는 불분명했고, 협조가 안 돼 메르스 환자 기피 병원은 처벌하겠다는 엄포까지 나왔다. 중앙 정치권은 메르스 국정조사와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싸우고 있는 중이었다. 중앙이 우왕좌왕할 때 메르스 발원지 경기도는 협치로 위기를 돌파하고 있었다. 메르스 안심병원 시스템은 다른 지자체와 중앙 정부가 받아들여 활용했다.

남 지사의 협치는 이제 1년을 넘어섰다. 그동안 예산 편성권 일부를 야당 우세의 도의회에 넘겨주는 ‘예산 연정’이 있었다. 도 인사권 상당 부분도 이 부지사에게 줬다. 지난달 30일에는 남 지사와 진보 성향의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 연정’에 대한 물꼬를 텄다. 전임 김문수 지사, 김상곤 도 교육감 시절 무상급식을 놓고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경기도다. 남 지사가 지사로서는 10년 만에 도교육청을 방문해 협치를 요청했다. 그는 이 교육감의 9시 등교 정책도 지지한다. 1600억원의 학교용지 부담금 전입 등 도의 교육재정 지원과 선거공약인 초등학교 노후 화장실 개선 및 미래형 테마파크 분야에서 교육청의 협조 등 서로 이익이 되는 협치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강득구 도의회 의장은 남 지사의 소통 의지를 높이 사면서 총론의 방향은 맞으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아직 아쉬운 점이 있다고 평가한다. 어젠다 설정 등 보완할 점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여야 지지자들은 지향점이나 공약에 대한 찬반이 다르다. 그러니 협치를 하게 되면 정책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부닥친다. 독일 연정 시스템의 핵심은 공약 조정이다. 연정 파트너 간 공약 조정 합의서를 작성하기도 한다. 이 지점에서 협치의 성공 여부가 갈린다. 해답은 권력의 분산이다. 권력이 분산된 시스템은 그 권력과 공동체 유지를 위해 협치를 강제한다. 권력을 나누니 그 권력을 유지해 나가려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권한을 나누면 더 큰 추동력이 생기는 것 같다”는 남 지사의 경험담은 그래서 맞다.

2017년 대선에는 협치, 연정, 권력 분산, 다당제 같은 용어가 시대정신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될 것이다. 그만큼 망국적 진영 갈등에 사람들은 지쳐 있다. 시대정신, 시대적 욕구를 잡는 세력이 정권을 가져가는 것은 상식이다.

김명호 논설위원 m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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