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電 우리에게 무엇인가]  해외에선 송전선로 갈등 이렇게 푼다 기사의 사진
송전탑 건설과 관련한 충돌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전력 공급의 ‘통로’를 세우려는 정부와 건강·환경 문제 등을 내세워 반대하는 주민 간 갈등은 선진국에서도 흔하게 발생한다. 다만 선진국들은 비록 시간이 걸려도 송전탑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주민들과 많은 접촉을 하고 그들의 의견을 비교적 많이 수렴한다. 무리한 송전탑 건설로 갈등이 커질 경우 오히려 사회적 비용이 더 많이 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22년까지 원전 가동을 중단키로 한 독일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원전의 부재로 전력 부족이 예상되면서 북부와 동부 지방에 풍력발전소를 대거 설치한 독일 정부는 생산된 전기를 전력 수요가 밀집된 남부로 보내기 위해 380㎸의 고압 송전망 건설을 계획 중이다.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작센안할트주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독일은 서두르지 않고 있다. 2005년 송전탑과 도로, 철도 등을 건설할 때 반드시 주민 등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수용하도록 법제화했다. 정부를 포함한 사업자가 시설 계획을 확정하는 절차에 돌입하면 사업과 관련 있는 모든 이를 대상으로 공청회를 연다. 통상 비공개인 입지 선정과 경로 설정 과정에도 점차 주민이 참여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2013년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의 실험이 좋은 예다. 홀슈타인주 정부는 2012년 11월부터 한 달여간 시민과 관련 전문가, 고압 송전망 설비 회사, 정부 관계자 1800여명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한 뒤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송전망 구축 계획을 수립했다. 철새 도래지 문제 등 환경적 요소와 함께 선을 땅 밑으로 설치하는 지중화가 필수적인 구간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자기장 한계 수치와 외국 사례 등을 시민들이 전문가에게 직접 질문하고 토론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결국 1년 남짓한 논의를 거쳐 홀스타인주는 주민과 함께하는 환경 친화적인 송전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다. 시작부터 주민이 직접 참여해 반발을 최소화했던 셈이다.

정부가 협상에 실패했을 때 중재를 도와주는 시민단체도 있다. 1975년 환경보호단체에서 시작한 ‘움벨트힐페(Umwelthilfe)’는 최근 송전탑처럼 정부와 해당 지역 주민 간 갈등이 불거질 때 이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10년부터 송전탑 건설이 추진된 독일 킬 지역의 경우 움벨트힐페는 16차례에 걸친 주민 공청회를 통해 접수된 주민 의견을 주정부에 전달했고, 이를 반영한 새로운 계획이 짜여졌다. 다 정해놓고 여는 설명회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는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정책이다 보니 갈등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한국도 송전탑과 관련해 보다 전문적인 갈등해소 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만금 송전선로의 경우 이해 당사자는 한전과 군산시청, 그리고 피해 주민들이다. 그러나 군산시는 쏙 빠져 있고 한전 직원이 직접 돌아다니며 주민 개개인과 보상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갈등 해소 방안은 아직 없고, 사람도 적다. 한전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돌아다니며 주민들과 만나고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를 두고 프랑스의 국가공공토론위원회(CNDP)처럼 갈등관리 전담기구가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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