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電 우리에게 무엇인가]  전기 쓰면서 송전선로 건설엔 ‘님비’… 대타협 절실 기사의 사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송전탑 갈등이 불거지면서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가 필요한 지역으로 제때 공급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적절한 대화와 타협으로 사회적 갈등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충남 보령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보내는 송전탑과 송전선로. 국민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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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송전선로를 통해 전기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옮겨진다. 송전선로가 없으면 기껏 생산한 전기는 무용지물이 된다. 현재 지역주민과 갈등을 겪고 있는 송전선로는 ‘새만금∼군산’ 구간뿐만이 아니다. 발전업계에서는 이런 식의 갈등으로 건설에 차질을 빚는 송전선로와 연계된 발전기의 규모가 14GW(기가와트)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전체 생산 전력량의 10%를 넘어서는 규모다.

◇몸살 앓는 송전선로 공사=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강릉에 건설 예정이던 동부하슬라화력발전소 1·2호기(2000㎿) 사업을 철회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여기서 생산된 전기를 경북 영주변전소까지 옮기는 140㎞짜리 송전선로(345㎸) 건설이 차질을 빚은 게 문제였다. 정양호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현실적으로 송전선로를 건설하는 것이 어려웠다”며 “결국 전기위원회의 허가를 받지 못해 정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한울∼강원∼신경기를 잇는 765㎸ 전압의 송전선로 구간(230㎞)은 당초 2019년 완공될 계획이었지만 주민 갈등으로 인해 2021년 12월로 미뤄질 예정이다. 아직도 착공에 들어가지 못한 상태라 더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송전선로는 2020∼2023년 공사가 시작되는 강릉 안인화력발전소 1·2호기(2000㎿)와 삼척 포스파워 1·2호기(2000㎿), 울진 신한울 원전 3·4호기(2800㎿) 등에서 생산된 전기를 옮기게 된다. 그러나 이 송전선로 건설이 엎어진다면 이들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6.8GW의 전력이 무용지물이 된다.

당진화력∼북당진 구간(345㎸·33㎞)도 공사가 순조롭지 않은 상태다. 2021년 6월까지 완공해야 하지만 이 구간 역시 송전선로 건설 방식을 놓고 주민과 마찰을 빚고 있다. 주민들은 땅을 깊이 판 뒤 전선을 그 안에 매설하는 ‘지중(地中)’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전자파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고 주변 환경도 해치지 않는다는 이유다. 그러나 송전탑 수십·수백 개를 세운 뒤 그 위에 전선을 걸쳐 전기를 이동시키는 ‘가공(架空)’ 방식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345㎸·36㎞)도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난달 준공을 마무리했어야 하지만 여전히 늦춰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내년 안에 준공될 예정인 당진화력발전소 9·10호기(2000㎿) 등 충청권 신규 발전기(전력생산량 5.1GW 규모) 가동이 영향을 받게 됐다.

◇송전선로 갈등, 대체 왜?=주민들이 송전선로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여기서 나오는 전자계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자계란 TV나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전자파와는 달리 주파수가 낮아 멀리까지 전파되지 못하고 전계와 자계로 구분된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는 전자계 중 ‘자계’가 몸에 해로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96년부터 12년간 전 세계 54개국·국제기구 8곳과 함께 송전선로에서 나오는 자계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2007년 “자계에 ‘단기간 고노출’될 경우 발암 요인이 있지만 ‘장기간 저노출’에 대해서는 그렇게 판단할 과학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결론 냈다. 한전도 이를 근거로 “송전선로에서 나오는 자계로 인한 발암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송전선로의 전압은 154㎸∼765㎸로 변전소와 수용자를 잇는 배전선로의 전압(최고 22.9㎸)보다 많게는 30배 이상 높다. 일각에선 송전선로의 전압이 높다는 이유로 건설 반대를 주장하지만 자계는 전압과는 무관하다.

한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가공 송전선로는 지상으로부터 충분히 떨어지게 설치돼 있기 때문에 송전선로 자계에 ‘단기간 고노출’될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2012년 ‘밀양 송전탑 사태’를 겪으면서 송전선로 건설 절차도 보강됐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송전선로가 세워지는 지역주민들에게 더 높은 보상을 주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송·변전설비 주변 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송주법)’을 제정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공청회 등을 통한 의견 수렴 절차를 강화하고, 정부와 한전의 적절한 보상과 지원을 통해 전력 설비를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주민들도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선 전기설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 송전선로를 둘러싼 갈등을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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