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이란, 지는 사우디… 미국·이란 핵타결 후 달라지는 중동 패권지도 기사의 사진
이란 핵 협상 결과는 중동의 미래를 어떻게 변모시켜 놓을까. 다양한 전망이 쏟아지지만 공통적인 한 가지는 이란이 기존의 시아파 맹주라는 제한적 위상에서 벗어나 ‘중동의 패권국가’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아울러 중동에서 새로운 외교적 합종연횡이 잇따르면서 이 지역의 지정학적 지형도 급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영국 BBC방송은 19일(현지시간) 이란 핵 협상 결과에 대한 분석기사에서 “이란 없이는 중동의 제반 문제들이 결코 해결될 수 없음을 서방국가들이 인정해준 협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란은 중동의 주요 현안에 거의 다 개입돼 있다. 현재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시아파 정권은 이란의 자금 및 군사 지원이 없으면 언제든 금방 무너질 수 있다. 예멘의 정부군을 수도에서 몰아낸 후티 반군 역시 이란이 배후조종하고 있다. 레바논의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도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 게다가 이라크의 현 시아파 정권도 이란 없이는 버티기 어렵다. 이란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를 척결하기 위해 이라크에 파병한 데 이어 지금은 미국과 공동작전까지 펼치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이런 이란의 개입이 주로 시아파 맹주로서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핵 협상 이후 이란은 패권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17일자 분석에서 “이란이 거둔 핵 협상의 가장 큰 혜택 중 하나는 무기 도입 제재가 풀린다는 점”이라며 “이란이 미사일 도입 등을 통해 군사강국으로 변모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더욱 공격적으로 중동의 현안에 개입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8100만 인구대국인 이란이 경제강국으로 부상할 경우 마치 중국처럼 군사와 경제 양축을 바탕으로 중동에서 패권을 차지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그 과정에서 중동의 ‘외교 지도’가 달라질 수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14일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이란이 ‘해결사’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터키도 이란에 그런 역할을 주문해 왔다”고 전했다. 이란의 중재로 전 세계의 가장 골치 아픈 분쟁이 종식될 경우 이란이 국제사회에서 얻을 ‘외교적 자산’이 아주 클 것이라고 가디언은 예상했다.

이란의 부상과는 달리 사우디아라비아의 위상이 흔들리고 미·사우디 간 유대도 손상될 전망이다. 사우디 국영방송 채널1의 유명 앵커인 무함마드 알모햐는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과 미국의 유대가 돈독해지면 사우디가 미국을 등지고 러시아·중국과 손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에서의 이런 변화는 아시아 외교도 변화시킬 수 있다. FP는 “미국은 그동안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중동에서 지불해 온 비용에 진절머리가 나 있었고 그런 불만이 이란과의 ‘딜(협상)’로 이어졌다”면서 “이는 아시아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외교정책도 바꿔놓을 수 있고 그럴 경우 일본·인도가 지금의 사우디나 이스라엘 신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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