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22)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고위험임신클리닉 박용원 교수팀] 고위험 산모도 든든 기사의 사진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고위험임신클리닉 의료진. 가운데 팔짱을 끼고 선 이들이 주요 멤버다. 왼쪽부터 김영한·박용원·조희영 교수. 서영희 기자
‘고(高)위험 임신’이란 모성(산모)사망, 주산기(周産期)사산, 선·후천적 이상아 출산이 우려되는 임신을 말한다. 임신부의 나이가 35세 이상, 4회째 이후의 분만, 1년 내 재(再)출산, 임신중독증 또는 임신 중 당뇨 및 고혈압, 심장병, 간장병, 신장병 같은 병이 있을 때를 말한다.

최근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고령임신이다. 만혼(晩婚) 풍조로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만 35세가 넘어 임신을 하는 여성이 늘고 있어서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증가함에 따라 나타나기 시작한 사회현상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35세 이상 산모 비율은 2014년 기준 이미 21.6%로 산모 10명 중 2명꼴을 넘었다. 10년 전인 2004년의 9.4%보다 2.3배나 늘어난 숫자다.

고령임신은 임신합병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봐도 35세 이상 고령 산모는 10명 중 4명 이상이 임신중독증, 임신성 당뇨 등의 합병증으로 태아를 잃고, 조기 진통 및 분만 위험을 겪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고령임신으로 겪기 쉬운 합병증은 만성고혈압, 임신중독증(전자간증, 자간증), 난산, 조산, 전치태반, 태반조기박리, 산후출혈, 임신성 당뇨, 산도 노화에 따른 제왕절개 출산, 염색체 이상아 및 기형아 출산 위험 등이다.

먼저 임신성 당뇨를 합병하면 거대아 출산 위험과 그로 인한 난산 가능성이 2배 이상 높아진다. 산모의 나이가 많을수록 다운증후군 같은 염색체 이상아를 출산할 확률도 높아진다. 특히 산모의 나이가 40세를 넘으면 사산, 선천성 기형아 출산 위험이 그만큼 높아진다.

35세 이후 늦은 나이에 임신을 계획한 여성이라면 무엇보다 안전한 출산을 위해 믿을 수 있는 병원과 산과 전문의를 주치의로 선정, 규칙적으로 철저하게 산전검사 및 관리를 받아야 한다.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가 1983년부터 32년째 운영 중인 ‘고위험임신클리닉’은 35세 이상 고위험 임신 산모에게 추천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다. 의료진은 박용원(65) 교수를 선두로 김영한(45), 권자영(41·여·해외연수중), 조희영(39·여) 교수 등과 펠로우(연구강사) 4명을 포함한 8명으로 구성돼 있다.

박 교수는 손으로 아랫배를 만지는 촉진과 태아의 심장박동 소리를 듣는 청진에만 의존하던 1980년대 초에 초음파 산전검사 프로그램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해 고위험임신 진단 및 관리의 새 세상을 연 인물이다.

박 교수팀이 태아의 이상 유무를 판별하는 검진과정은 현재 국내 어느 의료 기관보다 정밀하고 신중하다. 임신 초기와 중기에 시행하는 산전 유전 상담 및 염색체 검사, 정밀 초음파검사를 이용한 태아 및 태반·제대(탯줄) 이상 선별은 기본이다. 만약 이상증세가 보이면 융모천자술, 양수천자술, 제대천자술을 즉시 시행해 유전적 이상 여부를 가려낸다.

진단에 따른 태아 치료도 신속하게 이뤄진다. 빈혈 증상으로 태아에 산소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 즉시 자궁 내 수혈치료를 시행한다. 흉수 또는 복수가 차서 태아가 위험하다면 곧바로 태아흉수천자술을 시술한다. 흉수가 지나치게 많다고 여겨지면 ‘흉막유착’ 수술을 시행해 태아의 폐가 잘 성숙하도록 돕는다.

정상 쌍둥이보다 사망률이 약 50% 높은 무심장 쌍태아를 가진 산모에게는 고주파 융해술을 활용한 자궁치료가 시행된다. 하지만 이는 자칫 자궁 내 태아에게 가는 혈류를 막을 수도 있어 고도의 정교함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고난이도 수술이다.

산후출혈은 모성(산모) 사망의 3대 원인 중 하나다. 박 교수팀이 운영하는 스피드(SPEED) 지침은 이를 막기 위한 장치다. 산후출혈로 생명이 위험해진 산모를 신속하게 구하는데 필요한 치료과정이 체계적으로 구현돼 있다.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등 각 과 의료진이 산후출혈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세브란스병원 고위험임신클리닉에서 일사불란하게 맡은 역할을 수행하는데 도움이 된다. 스피드 지침은 다른 병원에서 산후출혈 때문에 급박하게 이송된 환자까지 살릴 정도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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