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김창준] 메르스와 그리스, 그리고 우리 정치 기사의 사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한동안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지만 이제 안심해도 될 듯하다. 사막의 낙타에게서 초래했다는 이 괴상한 전염병을 이겨낸 데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희생적으로 분투한 의사·간호사들의 노력이 절대적이었다. 과연 우리나라 의료진은 세계가 인정할 만큼 그 역량과 책임감이 뛰어난 것이 입증됐다. 대한민국은 이제 어떤 전염병도 퇴치할 노하우가 생겼다.

메르스 공포에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번엔 국회가 야단이다. 메르스보다 무서운 게 우리나라 정치판이라더니 국회는 당파싸움으로 시끄럽다. 국회가 의결한 국회법에 위헌 소지가 있어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을 향해 헌법을 공부하라며 인신공격을 퍼붓는 모습은 메르스보다 더 무섭다. 왜들 이러는가.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이 수두룩한데 도대체 국회법이 뭐기에.

국회가 의결한 국회법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국회 상임위원회는 시행령이 법률의 취지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경우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고, 중앙 행정기관의 장은 요구 받은 수정 변경을 지체 없이 처리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내가 봐도 민주정치의 근본인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 그러니 대통령은 이 법안에 이의를 붙여 다시 국회에 회부한 것이다. 국회에서 재심의해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거부권이 무효화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법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이다. 대통령은 헌법에 보장된 거부권을 행사했을 뿐이고 국회는 3분의 2 득표에 실패했으면 그것으로 승부는 끝난 것인데 이를 갖고 계속 대통령을 공격하는 모습은 옳지 않다.

이제 우리도 조선시대의 동인·서인 같은 당파싸움을 그만하고 우선 그리스 재정위기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비해야 한다. 그토록 찬란한 역사를 자랑하던 그리스가 왜 이 지경이 됐나. 조상들이 이룩해놓은 찬란한 문화유산을 구경하기 위해 비싼 입장료를 내고 매년 수백만명의 관광객들이 세계 각국에서 몰려들었다. 이렇게 그리스는 돈을 쉽게 벌었다.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간다. 온갖 정부 혜택과 무상복지로 국민성마저 나태해졌다. 거의 모든 공공시설, 심지어 버스와 지하철도 무료다. 세월이 흐르면서 관광객 수가 줄었다. 관광객을 계속 유치하려면 뭔가 발전이 있어야 할 텐데 그냥 궁전 안을 밧줄로 막고 오직 눈으로만 구경하고 사진 찍는 게 고작이니 차차 매력을 잃게 된 것이다. 수입은 줄어드는 데 지출은 늘어만 갔다.

결국 그리스 정부는 유럽중앙은행(ECB)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돈을 빌려 쓰면서도 여전히 절약하지 않고 복지 지출은 계속 늘어가니 자연히 채권국들이 연금 등의 복지를 줄이고 세입을 올려 빚을 갚으라고 압력을 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차에 과거 청년공산당 멤버였던 좌파 알렉시스 치프라스가 총리로 당선됐고, 치프라스는 채권단이 빚을 탕감해주지 않으면 유럽연합(EU)을 탈퇴하겠다는 전통적인 좌파 선동으로 국민투표를 통해 EU의 구제 금융안에 압도적으로 반대하게 했지만 결국은 소용이 없게 됐다.

그리스보다 더 혹독한 IMF 경제위기 당시 우리 국민은 합심해 결혼반지, 금팔찌를 나라에 기부해서 예정을 1년 앞당겨 IMF 빚을 깨끗이 갚아버렸다. 생전 들어보지 못한 메르스도 처음에는 우왕좌왕했지만 결국 한 달 여만에 힘을 합쳐 몰아냈다. 300년 동안 내려온 당파싸움도 이젠 사라질 때가 되지 않았을까.

미국이 13년 걸려 성취한 헌법을 우리는 3년 만에 통과시켰고, 단 한 번도 헌법을 무효화시킨 적도 없다. 가장 짧은 시일에 민주정치를 이루고 경제강국을 만든 세계 유일의 나라가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다.

김창준 前 미국 연방하원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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