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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 보호·지원하라’… 대전시, 조례 개정 파문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양성평등을 성평등으로 수정… 동성애자 등 지원 규정 만들어

‘동성애자 보호·지원하라’…  대전시, 조례 개정 파문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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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시장 권선택)가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등을 보호·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성평등조례(사진)를 개정하자 대전지역 교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동성애자들은 양성평등의 대상이 될 수 없고, 행정·재정적 지원대상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대전시장이 나서서 동성애자 보호·지원=‘대전시 성평등기본조례’는 2001년 처음 제정됐으며, 지난달 개정됐다. 문제의 조항은 제3조로 ‘대전시장은 성소수자(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무성애자 등)의 보호와 지원 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조항에 따라 대전지역 동성애자들은 제도적으로 보호받고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특히 ‘평등과 다양성을 보장하는 가족생활 지원’(제3조 제2항)은 동성애자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동성결혼 및 생활동반자의 개념과 유사하다. 조례에 따라 동성애 인권교육은 물론 퀴어문화축제 같은 동성애자들의 축제도 시 재정으로 지원할 수 있다.

대전시는 아예 ‘성소수자 지원’(제22조) 항목까지 만들어 놨다. 조례에 따르면 ‘시장은 성소수자도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받고 모든 영역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대우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시장은 성소수자에게도 법과 이 조례에 따른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못 박고 있다. 동성애 차별철폐 등을 촉진하기 위해 비영리 단체에 행정·재정지원을 하고 동성애 보호 단체에 포상까지 할 수 있게 해 놨다.

◇입법예고와 달리 법무담당관실이 문구 삽입=문제는 조례가 모법인 양성평등기본법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양성평등기본법에는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참여와 대우를 받게 한다’(제2조)라고 돼 있을 뿐 동성애자까지 포함시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전시는 기존 조례에서 ‘양성평등’이라는 단어를 ‘성평등’으로 모두 교체하고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등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 입법예고 때까지만 해도 문제 조항이 없었지만 시 법무담당관실이 해당 문구를 추가했다. 시의회는 별다른 문제 제기 없이 조례를 통과시켰다.

이 사실을 확인한 대전시기독교연합회와 대전성시화운동본부, 대전홀리클럽은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동성애자 지원방안이 명시된 조례를 그대로 두면 전례가 돼 전국적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며 조례 개정·폐지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대전시 법무담당관실 관계자는 “조례를 만들 때 지역 여성단체들이 ‘제3의 성’을 넣자고 요구했지만 대법원 판례에 남자와 여자라는 양성밖에 없어 성소수자를 지원하는 조항을 넣게 됐다”면서 “동성애 관련 조례는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며 실제적인 지원은 없다”고 말했다.

고영일 변호사(애드보켓코리아 사무총장)는 “입법예고 내용과 달라졌으면 다시 입법예고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시 법무담당관실이 중간에 끼어들어 임의로 동성애자 지원 조항을 삽입할 수 있느냐”면서 “조례에는 동성애자를 보호·지원하는 시장의 의무가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 선언적 의미라는 것은 거짓말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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