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준동] 人性까지 과외로 하나 기사의 사진
“인성(人性)도 바꾸어 줄 수 있나요?”

“근본적으로 착하게 변화시킬 순 없죠. 그렇지만 착해 보이게 할 순 있죠.”

“대학 입시 대비 인성 면접 준비도 해 주나요?”

“그럼요. 대학별 인성 면접 기출 문제 유형을 파악하고 어떻게 답변해야 하는지 등을 알려주고 훈련시켜 줍니다.”

인성 전문 사교육 학원에선 요즘 이런 상담 문의가 잦다고 한다. 인성교육진흥법이 21일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더욱 그렇다. 시행령에 따르면 교육부는 5년마다 인성교육종합계획을 세우고 각 시·도교육감은 이를 토대로 세부계획을 만들어 실행해야 한다. 이 법은 세월호 참사와 어린이집 교사의 아동학대 사건 이후 인성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만들어졌다.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법이라는 자화자찬도 있었다.

지난해 5월 이 법이 발의될 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올 1월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대입에서 인성 평가를 잘하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주고 특히 교대와 사범대 입시에서 인성 요소를 확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내면의 영역인 인성을 계량화해 대학 입시에 연결시키겠다는 ‘기발한’ 발상이었다. ‘소도 웃을 일’이라는 비판이 일었지만 시장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일부 사립대는 올해 수시모집 학생부 전형에서 인성과 관련한 항목들을 별도 평가해 반영하기로 했고, 성낙인 서울대 총장도 ‘선한 인재상’ 양성을 위해 입시 면접에서 인성 평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뭐든지 ‘뚝딱’ 만들어 내는 사교육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했다. ‘신상품’으로 즉각 반응했고, 학부모들은 학원의 문을 두드렸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인성 면접 요령을 가르치는 학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겼고, 최대 수백만원까지 하는 개인 과외에선 표정, 걸음걸이부터 착하게 보이는 법까지 가르친다고 한다. 인성 교육 지도사 같은 자격증도 만들어졌다. 민간 자격증만 올해 생긴 100개를 포함해 현재 250여 가지에 이른다.

단 6개월여 만에 인성 사교육 열풍이 불자 이에 화들짝 놀란 교육부는 지난 14일 전매특허인 ‘철회 카드’를 들고 나왔다. 대입에서 계랑화된 시험을 통해 인성을 평가하는 방식은 명확히 제한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졸속 정책의 극치였다. 하지만 교육부의 방향 전환이 현장에서 먹힐지는 미지수다. 대학들이 인성항목을 별도로 평가하지 않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입시에 반영할 소지가 크다. 인성 관련 내용을 강화한 대학에 재정 지원을 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여전한 데다 면접에서 인성을 평가하는 것도 여전히 대학 자율로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인성은 교육될 수는 있지만 측정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국·영·수처럼 암기하고 과외를 받으면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과목으로 변질되고 있다. 사람 됨됨이가 어떻게 암기한다고 완성될 수 있는가. 죽을 때까지 정진해도 될까 말까 한데 말이다. 인성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움에다 다양한 인간관계를 통해 만들어지는 결과물이다. 스스로 깨우치는 것부터 시작해 가정, 학교, 사회 공동체로 연결되면서 끊임없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 인성 교육이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이작 싱어는 “사람됨은 그 사람의 (자연스러운) 행동거지에 의해서 판단되는 것이지 그 사람의 (인위적) 자기소개에 의해 판단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대학 입시와 법으로 옭아매고 과외로 포장하려는 우리의 인성 교육. 결코 오래가지 못할뿐더러 바른 방향도 아니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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