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경찰, 네티즌 ‘車번호판’ 의혹 제기엔 무성의 野 의원이 추궁하자 바로 “정밀 감식” 기사의 사진
[친절한 쿡기자] 요즘 경찰은 네티즌 뺨치게 온라인을 잘 활용합니다. 각 지방경찰청이 운영하는 페이스북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10, 20대 네티즌이 관심을 가질 만한 사건사고를 고르고, 온갖 인터넷 용어를 동원한 설명을 붙여 매번 빵빵 터트립니다. SNS 인기척도인 ‘좋아요’가 많게는 수만건씩 붙습니다. 그런데 최근 웬만한 네티즌이 한번쯤을 봤을 법한 온라인 이슈에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국가정보원 직원 마티즈 번호판 색깔논쟁’은 20일 오후 한 방송사가 자살한 국정원 직원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CCTV 영상을 공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많은 네티즌이 CCTV에서 나온 차량의 번호판과 사건현장에서 찍힌 사진 속 번호판의 색깔이 다르다고 의문을 제기했죠.

그날 저녁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영상을 캡처한 화면과 사건 현장 사진을 나란히 비교한 게시물이 퍼졌습니다. ‘영상 속 번호판은 신형 흰색이고, 사건 현장 속 번호판은 구형 초록색’이라는 설명도 붙었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게시물은 대부분 커뮤니티에서 ‘인기 게시물’이 됐습니다. “국정원이 직원 차량을 바꿔치기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순식간에 확 퍼진 이유입니다.

경찰은 CCTV를 처음 보도한 방송을 통해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낮은 화질과 빛 반사 탓에 녹색바탕에 흰색 글씨가 전체적으로 흰색 번호판처럼 보이는 것”이라며 일종의 착시 현상이라고 해명했죠. 그런데 이 ‘고전적인 방식’의 해명은 오히려 의혹을 부풀렸습니다. 네티즌들은 “현장 사진 속 차량엔 범퍼가드와 안테나가 있는데 CCTV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포털 날씨 정보엔 사건 당일 비가 온 거로 돼 있는데 빛이 반사됐을 리 있나” 등 새로운 의문을 추가했습니다.

22일에는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이 국회에서 사진을 들고 같은 의혹을 제기했습니다(사진). 그제야 경찰은 CCTV를 정밀 감식했습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23일 “같은 조건으로 재연 실험을 하니 녹색 번호판이 흰색으로 왜곡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처음부터 이런 방식으로 대처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경찰이 네티즌의 의혹 제기에 모두 대응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SNS와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논란을 일으킨 사안입니다. 보다 빠르게,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의혹이 이렇게까지 부풀지는 않았을 겁니다. 평소 네티즌보다 더 네티즌 같던 경찰이었는데 말이죠. 설마 국회의원이 뭐라고 하니까 움직이기 시작한 건 아니겠죠?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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