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김준엽] 인공지능이 말을 걸어온다면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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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할리우드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소재 중 하나는 인공지능(AI)이다. 올해만 해도 ‘채피’, ‘엑스 마키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터미네이터 제네시스’ 등 4편의 영화에서 인공지능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했다.

영화가 인공지능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거대한 위협이 된다는 내용이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이런 형식이다.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 빌 게이츠,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엘론 머스크, 과학자 스티븐 호킹 등은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앞서 보는데 일가견이 있는 인물들이기에 그런 우려에 귀 기울이게 된다.

이들이 지적하는 인공지능의 위협 요소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데 있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지능이 있다면 인간의 통제 범위를 벗어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내린 결론이 인간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걱정도 한다. 마치 울트론이 평화를 위해 인간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이 스스로 핵전쟁을 일으키는 것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그건 정말 끔찍한 일이다.

반면 인공지능의 미래를 낙관하는 쪽도 있다. 인간의 통제 하에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시각이다. 영화 ‘허(Her)’의 운영체제(OS) 사만다처럼 인공지능이 인간을 배워나가면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거나, ‘채피’같이 인간이 바른 가치관을 정립해주면 그 테두리 안에서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두 가지 시각 중 어느 쪽이 다가올 현실이 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인공지능이 실현되는 게 아주 먼 미래는 아닐 것 같다는 점이다. 지난해 영국 레딩대는 ‘유진 구스트만’이란 프로그램이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튜링 테스트는 영국 전산학자 앨런 튜링이 제안한 것으로 인공지능을 판별하는 과학적, 철학적인 기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험 대상과 대화를 나눈 후 컴퓨터인지 인간인지 가려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컴퓨터가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지능이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레딩대는 심판관 30명을 대상으로 튜링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이 중 10명이 유진 구스트만을 인간이라고 판단했다. 실험 절차상 오류 때문에 이 결과를 온전히 신뢰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지만 인공지능 연구에 속도가 붙고 있는 건 분명하다.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가능성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구글 나우, 애플 시리, MS 코타나 등 스마트폰에 탑재된 음성인식 서비스가 좋은 예다. 아직까진 음성인식 기술, 데이터 분석 기술 등이 완전치 않아 엉뚱한 답을 하거나 말을 잘 못 알아들을 때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이 정교해지고 있는 걸 체감할 수 있다. 이러다 어느 순간에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올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건 과학의 영역이지만, 우리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과학을 넘어선 영역이다. 공존이 됐든 통제가 됐든 인간은 인공지능에 대한 철학적인 기준을 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들의 창조자로서 혹은 아버지와 같은 존재로서 당연한 의무일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이 든 건 1999년 개봉한 영화 ‘바이센티니얼 맨’의 여운 때문이다. 가정부 로봇인 ‘앤드류’는 우연히 생각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사람다운’ 생각을 하는 앤드류는 오랜 시간이 흘러 발전한 과학기술 덕에 인간과 거의 비슷한 물질로 된 육체를 얻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인간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한다.

언젠가 사람과 같은 모습을 한 로봇이 “나를 인간처럼 대우해 달라”고 한다면 우리는 무슨 답을 할 수 있을까. 너무 먼 이야기라 아직은 그런 생각을 안 해도 될까. 그러기엔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빛의 속도만큼이나 빨라지고 있다. 스마트폰은 없던 시절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 있지 않은 물건이다. 인공지능도 우리 예상보다 빨리 나타날 수 있다. 갑자기 그 순간이 오기 전에 우리는 미리 답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인공지능은 인류가 만들어낸 위대한 창조물이 아니라 또 하나의 바벨탑이 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다.

김준엽 산업부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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