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명품마을을 가다] (16) 경남 양산 영축산 지산마을 기사의 사진
경북 양산시 하북면 지산마을 주민들이 장류와 두부, 도토리묵 등을 가공해 판매하는 '영축산지산마을식품영농조합법인'의 모습. 마을 뒤편으로 중국 진시황제의 신하 서복이 불로초를 구하러 왔다가 영지를 구해갔다는 영축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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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 통도사IC를 빠져나와 통도사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약 3㎞ 정도 달리면 작은 마을이 나온다.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마을이다. ‘지산’이란 명칭은 중국 진시황제의 신하 서복(徐福)이 불로초를 구하러 동방으로 왔다가 이곳에서 영지(靈芝)를 구했다고 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영축산이 남쪽으로 뻗어 내린 여러 능선 중 산밖등(큰산 바깥의 등) 능선에 위치한 이 마을은 공장이 전혀 없는 청정지역이다.

이 마을에는 총 60가구 2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많은 젊은이들이 대도시로 떠나 마을을 지키고 있는 주민들은 대부분 노인이다.

주민들은 통도사 덕에 관광객을 상대로 수입을 올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벼농사와 텃밭 농사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수입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농한기에는 수입이 거의 없다.

주민들은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2010년부터 여러 차례 논의를 통해 용돈벌이도 하고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는 마을기업을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주민들은 고심 끝에 2013년 지역 특성을 살려 ‘영축산지산마을식품영농조합법인’(이하 영농조합)이란 마을기업을 설립했다. 친환경 콩을 재배해 장류와 두부, 도토리묵 등을 가공해 판매하는 기업이다. 대표는 5년 전부터 법인 설립을 주도해 온 이상걸(57) 이장이 맡았다.

주민들은 2013년 9월 약 300㎡의 마을창고를 리모델링해 작업장을 만들고 그해 12월 설립허가를 받았다. 2013년부터 2년간 국가로부터 8000만원의 기금을 받아서 작업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하고 상품 제작에 들어갔다.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콩으로 메주를 빚어 가을과 겨울에는 청국장을 팔고 7∼8월에는 두부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수입은 공동 분배하고 있다. 최근 유전자 변형 콩을 이용해 제조된 두부, 된장 등으로 국민 건강이 위협받으면서 지산마을에서 생산한 제품들은 ‘안전한 제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영농조합의 주력상품은 청국장이다. 어르신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옛 방식 그대로 무쇠 가마솥에 장작불로 5시간 이상 삶은 콩을 갈아 메주를 만들고 황토방에 띄운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이틀을 보낸 콩에서 진득한 진액이 나오기 시작하면 건조장에서 자연건조 과정을 거치는 데 약 2개월 이상 소요된다. 이렇게 생산된 청국장은 2㎏에 1만5000원에 팔린다. ‘할머니 손맛’이란 비법에다 네모로 모양도 독특해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좋다. 두부는 한 모에 2500원이다.

청국장과 두부 모두 입소문이 나면서 판매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청국장 가루 등은 서울과 경기도에서 주문이 들어온다고 한다. 지난해는 약 2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농조합 관계자는 “좋은 장이 나오려면 유기농 콩, 맑은 물, 깨끗한 공기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며 “지산마을은 이 세 가지 조건이 모두 갖춰진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영농조합 직원은 총 23명이지만 다른 주민들도 생산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사업장 바로 옆에 경로당과 마을회관이 있는데 작업하는 날이면 경로당에 있던 노인들이 서로 거들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주민들은 영농조합 운영을 통해 자녀 학자금과 독거노인 및 불우이웃 등의 생활비 지원을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아직은 수익이 많지 않아 거기까지 미치지는 못하고 있지만 입소문이 퍼지면서 판매량이 늘고 있어 머지않아 그 꿈을 이룰 것이란 기대에 차 있다.

강미예 영농조합 사무장은 “이 사업을 통해 주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소통과 화합으로 행복지수가 상승한 것이 가장 큰 소득이자 보람”이라고 말했다.

시골 마을이 이 같은 마을기업을 운영하기까지에는 행정기관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

이상걸 영농조합 대표는 “마을 주민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행정기관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경남도의 전폭적인 지원은 마을이 자립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영농조합은 최근에는 판매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제품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대부분 직거래만 할 뿐 아직 체계적인 유통망을 갖추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이 대표는 “판매망을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마을의 소득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양산=글·사진 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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