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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유전비사면 옳지 않다

“나쁜 경제상황과 대기업의 功 감안해 광복절 사면 때 경제인 역차별 없어야”

[김진홍 칼럼] 유전비사면 옳지 않다 기사의 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특별사면을 실시하겠다고 언급한 이후 경제인의 8·15 사면을 둘러싼 논란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 와중에 나온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경제인 사면에 대해 응답자 1003명 가운데 54%가 반대, 35%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에 여전히 ‘반(反)기업 정서’가 넓게 퍼져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는 대기업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대기업 총수들의 횡령과 배임, 편법 대물림,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골목까지 진출한 문어발식 확장, 약자에 대한 부당한 갑(甲)질 등등 그동안의 나쁜 행태들이 국민들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이다.

갤럽 조사에서 주목되는 게 또 있다. 경제인 사면 문제가 진영논리화됐다는 점이다. 새누리당 지지층과 50대 이상은 찬성 의견이 많은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과 40대 이하는 반대한다는 견해가 앞섰다. 보수와 진보의 입장이 확연히 나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타까운 현상이다.

쟁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경제인 사면이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인가라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경기 회복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박 대통령이 사면의 명분으로 내세운 ‘국가 발전’은 ‘경제 회생’과 동의어로 읽히기 때문이다. 여당도 경제 회생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 일각과 진보 진영에선 경제인이 사면된다고 해도 경제가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경제인에게 면죄부를 주면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건 가설일 뿐이라고 말한다.

다른 하나는 경제인을 사면하지 않는 것이 역차별인가라는 점이다. 사면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명백한 불이익이라고 지적한다. 경제인들은 대부분 특정경제가중처벌법 등으로 이미 엄하게 벌을 받았는데, 사면 대상에서도 뺀다는 건 가혹하다는 논리다. 사면에 반대하는 쪽 이야기는 다르다. 가중 처벌됐다는 건 죄질이 무겁다는 걸 의미하고, 그렇기 때문에 쉽게 풀어줘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양쪽 다 일리가 있으나, 사면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가 처한 사정이 너무 나쁘다. 5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장기 불황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청년실업과 가계부채는 줄어들 줄 모른다. 11조5000여억원의 추가경정예산도 긴급 편성됐다. 그리스 사태와 미국의 금리인상 움직임 등 대외 악재들도 많다. 경제인들을 풀어준다고 하루아침에 경제가 활황으로 전환되지는 않을 테지만 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사면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또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과거의 얘기다. 지금은 오히려 ‘유전중죄’의 시대다. 게다가 오는 광복절에 100여만명이 사면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사면 요건을 채운 경제인들을 제외한다는 건 형평성에도 위배된다. 돈 많은 기업인이어서 사면하지 않는 ‘유전비사면’은 옳지 않다. 대기업들의 과(過)를 질책하는 것처럼 그들의 공(功)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2012년 대선 당시와 달리 요즘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대기업 때리기’를 자제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경제인 사면을 요청하고 있는 경제단체들에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동료 기업인이 사면되기를 바라는 심정은 이해가 된다. 영어(囹圄)의 몸에서 벗어나면 사회에 보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대기업 총수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으면 투자할 수 없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은 자제했으면 좋겠다. 국민들에 대한 협박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있다. 국민 정서를 감안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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