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꼼수… IS 잡는다며 쿠르드 반군 공습 기사의 사진
뒤늦게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나선 터키가 IS와 함께 자국에서 쿠르드족 자치를 요구해 온 반군인 ‘쿠르드족노동자당(PKK)’까지 공습하면서 중동 사태가 복잡한 양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쿠르드족은 그동안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미국을 도와 IS 격퇴에 큰 역할을 해 왔다. PKK는 공습 직후 터키와 유지해 온 2년여 휴전을 무효로 선언했으며 터키에 대한 대응공격에도 나섰다.

AP, AFP통신에 따르면 터키는 25일(현지시간) 시리아 영공에 진입해 IS에 대한 3차 공습을 단행했다. 전날 새벽과 전날 밤 공습에 이은 것이다. 터키는 IS를 공격한 이유로 지난 23일 시리아 접경 지역에서 IS가 터키군 1명을 사살한 일과 지난 20일 터키 남부에서 IS 조직원에 의한 자폭 테러로 32명이 숨진 일을 내세우지만 이 못지않게 ‘외교적 계산’이 고려됐다는 분석이 많다.

영국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의 파디 하쿠라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 핵 협상 타결로 이란과 미국이 급속도로 가까워지면서 중동에서 터키 위상이 급락했다”며 “이런 위기감 때문에 미국에 자신들의 영향력을 보여주기 위해 공습에 적극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터키·시리아 국경지대에서 IS가 실체적 위협으로 부상한 것도 터키를 움직인 요인으로 보인다.

문제는 터키가 24일 밤과 25일 이라크 북부의 PKK 기지까지 두 차례 공습하면서 양쪽이 새로운 전쟁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PKK는 터키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1450만명의 쿠르드족을 대변해 독립운동을 벌여왔다. 양쪽은 1984년부터 30년 가까이 교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수만명이 숨졌다. 그러다 터키가 쿠르드족에 대한 권리 확대를 약속해 2013년 휴전이 성립됐다.

하지만 지난 20일 IS 테러로 숨진 32명 대부분이 쿠르드족으로 확인되자 쿠르드족은 터키 정부가 테러를 방조한 결과라며 경찰서와 관공서 등을 습격했다. 터키 정부가 이 습격을 PKK에 의한 테러로 규정하고 공습에 나선 것이다. 터키가 IS 격퇴전에서 공을 세운 시리아·이라크 내 쿠르드족이 PKK와 함께 ‘독립국가’ 수립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자 선제적으로 ‘훼방작전’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터키 공습 이후 PKK의 반격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AP통신은 25일 밤 터키 동남부 디야르바키르 인근에서 쿠르드족 반군으로 보이는 괴한들이 터키군 차량을 폭파시켜 군인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당시 터키군은 최근 정부의 쿠르드족 테러 용의자 검거 열풍에 항의하는 쿠르드족 시위대를 해산하러 가는 길이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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