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배준호] 국민연금기금운용공사에 대해 기사의 사진
보건복지부가 다시 국민연금기금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내놓았다. 지난 21일 정책토론회에서 나온 개편안은 2008년 7월에 제시한 내용을 일부 바꾼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국민연금공단에서 떼어내 ‘국민연금기금운용공사’(이하 운용공사)로 발족시키는 것은 같지만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이하 위원회)의 위원을 지금보다 소수 전문가 중심으로 개편하며, 위원들이 업무에 적극 참여하도록 보수 수준을 높이고, 정부와 공단 등의 규제와 간섭을 줄여 자율 경영을 확대, 수익성을 높여보겠다는 것이다.

1988년 국민연금법 시행 이후 국민연금기금의 지배구조를 바꾸려는 시도가 몇 차례 있었다. 노무현정부 초기인 2003년 10월, 개정법안 등을 통해 정부는 경제부처 장관이 다수 참여하는 ‘국민연금정책협의회’를 신설하고 비상설인 위원회를 상설기구로 하며, 위원의 구성을 바꾸고 기금운용본부를 운용공사로 독립시키려 했으나 입법에 실패했다. 노무현정부 말인 2007년 7월, 기초노령연금 실시와 매칭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국민연금기금 지배구조 개편에 착수했다. 이때의 개정법안은 이명박정부 초인 2008년 7월 국회에 제출되었다. 위원회는 위원장을 민간 전문가, 위원은 금융투자 전문가 6인으로 구성하고 상설 기구로 바꾸며, 운용공사를 발족시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여건이 좋지 않아 무산됐다.

두 차례 정부 주도 개혁 시도가 실패한 가운데 2012년에는 김재원 의원(새누리당, 7월)과 김성주 의원(새정치민주연합, 12월)이 개정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제대로 심의되지 않았다. 김재원 의원 안은 이번에 제시된 정부안과 그 내용이 유사하고 김성주 의원 안은 운용공사로 바꾸지 않되 공단 내 조직을 개편, 기금 임원의 수를 늘리고 권한을 강화하며 위원회에서 정부 위원을 줄이고 각계 대표를 늘리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개혁 시도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누구도 개혁에 따른 효과를 자신할 수 없다는 것과 개혁을 지금 해야 하느냐에 대한 불확실성과 부담감 때문이다. 수익성을 높이되 그에 따른 안전성 침해를 어느 정도까지 감내해야 할지 답이 없다. 국민연금은 은행과 보험사 등이 운영하는 민간 연기금과 달리 사회보장 연금이므로 수익성보다 안전성이 강조되어야 하는데 2003년 이후 커져온 목소리는 수익성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이번 개혁안도 단순화하면 이 같은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주지하듯 국내 금융 관련 인프라와 노하우, 관련 기관 임직원의 국제 경쟁력은 꽤 약하다. 관련 분야 종사자의 능력도 이유일 수 있지만 거미줄같이 얽힌 규제와 간섭의 덫이 가장 큰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서 운용공사가 발족한다고 얼마나 달라질까. 한국은행 등에서 독립한 한국투자공사(KIC)가 소기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를 웅변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그간의 국민연금기금 지배구조 개편 논의는 운용공사 발족을 중심으로 검토되고 있는데 이것이 유일한 대안일 수는 없다. 김성주 의원의 안이나 다른 대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배구조 개편을 서둘러야 할 당위성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 점이다. 금융 인프라와 관련 노하우의 발전, 우수한 임직원의 배출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다. 기금운용본부가 운용공사가 되면 탱자가 귤로 바뀌는 것 같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개편의 기본 방향이 맞더라도 지금 바로 그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는 별도 문제다. 우리의 금융 현실과 여건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토대로 우리에게 맞는 개선 방안을 모색해 점진적으로 바꿔 나가는 것이 순리일지 모른다.

배준호 한신대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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