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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박용천] 반항심 총량의 법칙

성장과정에서 모두에게 반항심 생겨… 자녀들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

[청사초롱-박용천] 반항심 총량의 법칙 기사의 사진
자녀와의 갈등으로 진료실을 찾는 부모들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해 저자가 생각해낸 것이 ‘반항심 총량의 법칙’이라는 말이다. 평생 동안 반항할 양은 이미 정해져 있는데 사람에 따라 반항심이 배출되는 시기가 다를 뿐이라는 내용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서 반항심이 생기는 과정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은 태어나 부모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어느 정도의 간섭을 받고 제지를 당한다. 예를 들면 대소변 가리기나 규칙을 지키는 것을 배울 때는 아이들이 자기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하고 부모가 지시를 하고 훈육을 한다. 훈육(discipline)이라는 영어 단어의 뜻을 보면 규칙에 복종하게 만들고 따르지 않으면 벌을 주는 것이라고 돼 있다. 단순히 훈련시킨다는 것과는 다른 무시무시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난 일들이라 부모나 자식 모두 이렇게 험한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당한 사람에게는 이러한 고통의 기억이 무의식에 잠재돼 있다. 그런데 문제는 무의식이 행동에 은밀히 영향을 끼치는데 이런 것들이 행동으로 튀어나오는 시기가 사춘기 시절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사춘기 반항은 그동안 의식주를 부모에게 신세져야 했기 때문에 불만이 있어도 꾹꾹 누르며 참아왔는데 이제는 부모의 신세를 지지 않고도 혼자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소한 일에도 자기주장을 하며 부모의 의견에 반기를 든다. 어른들은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유 없는 반항이라고 고개를 절래 흔든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유 없는 반항이 아니라 부모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일 뿐 아이 입장에서는 당연히 타당한 행동이다.

다시 말하자면 성장과정에서 반항심은 누구에게나 생기는 현상이고 다만 배출 시기가 언제이냐의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언젠가는 해야 할 반항이라면 어렸을 때 하는 것이 서로에게 유리하다. 다만 한 가지 부작용은 중고등학교 때 정상적인 시기에 이것이 발휘되면 성적이 떨어져 대학 진학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의과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의 심리상태를 조사해보면 대부분 이러한 사춘기의 반항이 지연돼 있다. 그래서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지연된 사춘기’라 이름을 붙였고 의대생 등 소위 공부 잘하는 집단에 있는 학생들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사춘기 반항을 이제라도 빨리 하라고 권한다.

옛말에 어렸을 때 효자가 커서 불효자가 되고, 어렸을 때 불효자가 커서 효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우리 조상들은 정신의학을 따로 공부하지 않았지만 경험상으로 이미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어렸을 때 효자라는 것은 부모에게 반항하지 않고 순종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 불만이 쌓이다가 부모가 힘이 없어지면 그때 폭발하게 된다. 그러면 불효자가 되는 것이다. 한편 어렸을 때 불만을 배출하며 부모 속을 썩여 불효자 소리 듣던 사람은 쌓인 불만이 없고 또한 부모에게 못된 짓을 한 게 미안하기도 해 힘없어진 부모를 보면 측은한 생각이 들어 잘해주게 돼 효자 소리를 듣는다.

청소년들의 반항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위로의 말을 해주고 싶다. 커서 반항하면 더 골치 아프니 언젠가 한번 겪어야 할 일 부모가 힘이 있을 지금 겪는 게 낫다고.

추가로 아들 3형제를 잘 키운 교포 출신의 미국 애크런대 교수의 경우를 소개하겠다.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셨느냐고 물었더니 자녀들을 “respect” 했다고 답했다. 자녀들을 존중했다는 얘기다. 정신의학적으로도 매우 타당한 방법이다.

박용천 한양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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