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칼럼] 아파트 청약 광풍 정상화 시급하다 기사의 사진
고백하자면 나는 최근의 부동산 활황세 득을 보고 있다. 지난봄 크게 기대하지 않고 신청한 한 대단위 단지의 아파트에 당첨됐다. 그 직후부터 어떻게 알았는지 부동산중개업소에서 계속 연락이 온다. 분양권을 팔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5000만원의 웃돈을 얹어준다더니 몇 달 지난 지금은 7000만∼8000만원을 준다고 한다. “팔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음에도 요즘도 1주일에 한두 번 전화나 문자가 온다.

드러내고 싶지 않은 지극히 사적인 얘기를 털어놓는 것은 지나친 아파트 청약 열풍을 비판하려는데 혹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다. 분양시장이 들뜰수록 내 분양권의 떡고물도 커질 수 있음에도 비이성적인 흐름을 차단하지 않고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과도한 청약 바람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 상반기 전국의 아파트 1순위 청약경쟁률은 평균 9.4대 1로 집값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6년 이후 가장 높다. 이 정도는 그동안 침체됐던 주택시장의 회복세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수도권과 대구, 부산 등 특정 지역에서 목격되던 광풍이 전국으로 확산된다는 점이다. 최근 부산 해운대와 대구 수성구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평균 경쟁률은 각각 379대 1과 274대 1이었다. 부산 한 아파트의 최고 경쟁률은 무려 1106대 1에 달했다. 예외적인 경우로 가볍게 여기기엔 부정적 파급력이 너무 크다. 이미 주요 도시의 웬만한 인기 지역 평균 청약 경쟁률은 수십대 일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터무니없는 분양권 웃돈 거래까지 속출한다는 점이다. 이른바 분양 ‘핫 플레이스’는 말할 것도 없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까지 ‘묻지마’ 웃돈이 붙는 사례가 적지 않다. 얼마 전 대구에서 만난 친구는 “좀 과장하자면 지금 대구 시민의 관심사는 온통 아파트 청약”이라며 “당첨만 되면 수천만원이 생기니 80대 어르신들까지 청약통장을 만드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22일 부동산담보대출을 억제하는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한 이후에도 열기는 꺾이지 않았다. 지난 23∼24일 청약접수를 한 수도권 한 곳의 평균 경쟁률은 29대 1이었다. 주요 관심지역이라 할 수 없음에도 특정 평형 아파트 분양권에 벌써 1억원의 웃돈이 붙었다고 한다.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면 경제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같은 비상식적 양상은 반드시 후유증을 낳는다.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증시 위축 등 대외 여건 악화는 물론 투자, 고용 등 내수와 수출 등 국내 경제 모든 부문이 취약한데 청약시장만 ‘나 홀로 호황’을 보이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당장 수급 측면에서도 심각한 불일치가 우려된다. 올 상반기에 공급된 아파트는 작년의 4배가 넘는 19만35가구다. 하반기는 26만8781가구로 연내 46만 가구 정도가 몰린다. 입주가 예상되는 2017년 하반기나 2018년 상반기에는 과잉 공급에 따른 집값 하락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물량 앞에 장사 없다’는 부동산 시장의 기본적인 작동 원리다. 투기를 노려 분양권을 샀거나 상환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분양을 받았다면 심각한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부동산 시장 거품은 1100조원대 가계부채의 뇌관이다. 벌써 폭탄의 장약(裝藥)에 불이 붙었는지도 모른다. 정부는 아파트 실수요자를 위한 지원 방안은 충분히 마련하되 투기수요는 철저히 막아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현명함이다. 내가 살 집이 아닌 헛꿈을 좇아 ‘청약광풍’에 휩쓸리다가는 감당할 수 없는 쓴맛을 본다는 것을 명심해야겠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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