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염성덕] 충격적인 성평등기본조례 기사의 사진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와 ‘대전시 성평등기본조례’는 조례 목적과 내용, 성격 자체가 다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두 조례는 직간접적으로 동성애자들과 관련이 있다. 서울광장 조례는 동성애자들이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를 하는데 제구실을 하지 못했고, 대전시 조례는 명시적으로 동성애자들에 대한 지원을 표방한다.

서울광장 조례 3조는 ‘시장은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공익적 행사 등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광장을 관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례의 제정 목적과 정신을 살리려면 미풍양속을 해치는 동성애자들의 퀴어문화축제가 서울광장에서 열리도록 하면 안 된다.

그럼에도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광장 사용은 신고제이고 사용신청서를 제출하면 수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국교회가 수차례 동성애자들의 서울광장 사용이 부당하다고 지적했지만 박 시장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였다. 서울광장 조례가 합리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도 서울시장이 제멋대로 운용하면 조례는 휴지조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대전시 성평등기본조례’는 건전한 시민 입장에서 볼 때 내용이 충격적이다. 이 조례는 모법(母法)인 양성평등기본법에서 규정한 양성평등을 성평등으로 교묘하게 변경하고 성평등의 보호 대상에 성소수자를 집어넣었다. 특히 성소수자를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무성애자 등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과 관련된 소수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성소수자를 보호·지원한다고 명시했다. 또 동성애축제와 같은 성평등 문화 조성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동성애자 등을 지원하기 위해 양성평등기금을 사용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이 조례에 들어 있는 성소수자 지원 내용은 무척 많다.

대전시 기독교계는 이 조례가 헌법과 양성평등기본법에서 위임한 범위를 넘어선 점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전시 기독교계의 지적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상당히 일리가 있다. 대전시 기독교계가 “헌법과 관련 법률에 반하는 ‘대전시 성평등기본조례’를 폐기하라”면서 청와대 국무총리실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에 청원서를 제출하기로 한 것도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럼에도 대전시 관계자들은 “애당초 조례안에는 여성단체 주장에 따라 ‘사회적 성’ ‘제3의 성’이 들어갔는데 우리가 그걸 완화시켜 동성애자로 표현했다. 조례에서 동성애자와 관련된 내용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서 재입법예고를 하지 않았다. 조례는 동성애자의 인권을 보호하자는 것일 뿐 경제적 지원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한다.

성소수자에 대해 다양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조례에 명시하고도 딴소리를 한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그 내용만 넣으면 그만이다. 그렇게 조례를 고쳤다면 대전시 기독교계가 반대성명을 발표하고 청원서를 내기로 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민간인이 ‘문건에는 지원한다고 돼 있지만 실제로 지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상야릇한 서류를 만들어 공무원에게 제출했다고 치자. 우리나라 공무원 가운데 이런 서류를 승인할 사람이 있겠는가. 대전시 관계자들이 보여준 작태는 문맹률이 아주 높은 개발도상국에서 정치인이나 공무원이 우민정치(愚民政治)를 펼 때나 하는 수작이다.

올해에는 서울과 대구에서 동성애자들의 축제가 열렸지만 내년에는 대전에서도 열릴 가능성이 높다. 대전시가 다양한 지원을 한다는데 동성애자들이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다. 대전시와 대전시의회는 ‘대전시 성평등기본조례’를 상위 법령과 건전한 상식에 맞는 방향으로 고쳐야 마땅하다. 대전시민은 이 조례가 현 상태로 유지되는 것을 용인하면 안 된다. 이 조례를 방치하면 대전이 동성애자들의 메카가 될지 모른다.

염성덕 종교국 부국장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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