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電 우리에게 무엇인가] 에너지 해외 의존 높을수록 ‘親원전’ 많아 기사의 사진
각국 정부가 원전 정책의 방향을 결정할 때는 다양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 국민 여론은 물론이고 에너지 수입률, 전체 발전량 중 원자력 비중, 가동 원전 수, 인구밀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 등도 고려 대상이다. 다양한 변수를 복합적으로 따져야 하는 만큼 ‘정답’이 없다. 각 나라의 사정에 따라 원전 정책이 다를 수밖에 없다.

2일 한국산업기술대학원 김동원 박사가 ‘주요국의 요인별 원자력 정책’을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적극적으로 원전 정책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 가동국 중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50%를 넘어서는 나라는 11곳이다. 이 중 원전 비중이 30%를 넘어서는 곳이 7곳(한국 벨기에 슬로바키아 헝가리 스위스 핀란드 슬로베니아)이나 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독일 벨기에 스위스를 제외한 7개국은 ‘친(親)원전’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자국 내 에너지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국가에서 에너지 자립도를 키우기 위해선 발전 효율이 높은 원자력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 박사는 “에너지 해외 의존도와 원자력 정책 추진 사이에는 상당한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브라질의 경우 수입하는 에너지가 전체 4%뿐이지만 원전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 하고 있다. 에너지 생산이 수력 발전에 집중돼 있어 강우량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들쭉날쭉하고 신흥경제국으로 향후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가 경제력도 원전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1인당 GDP가 4만 달러를 넘는 국가 중 독일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정책 방향을 ‘탈(脫)원전’으로 잡았고, 벨기에와 스위스도 원자력 비중을 줄이려 하고 있다. 먹고 살만한 국가에선 경제 성장보다 국민 안전에 대한 가치가 더욱 커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탈원전에 따른 비싼 전기료도 국민들이 부담할 여유가 있다.

그러나 중국이나 인도처럼 등 1인당 GDP가 1만 달러 미만인 국가는 친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김 박사는 “각 나라가 원자력 대체에너지 여부, 인구증가율, 산업구조 특성 등을 복합적으로 따져 원전 정책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인구밀도가 높은 국가에서 원전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원전은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 등에 비해 좁은 공간에서 많은 양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전 보유국 중 인구밀도가 높은 10개 국가가 원전을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밀도가 높으면 원전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피해가 커질 수 있어 오히려 원전을 거부하기도 한다. 결국 원전 정책은 사회·문화·정치·역사 등 정량화되지 않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된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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