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電 우리에게 무엇인가] 선진국, 주민 동의 안하면 미련없이 포기 기사의 사진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은 원자력발전소가 중심이다. 정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재확인됐다. 원전 2기를 추가 건설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추진할 만한 사회적 공감대는 약한 편이다. 원전 정책을 둘러싸고 갈등이 증폭될 우려도 없지 않다. 반면 주요 선진국들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원전을 폐기하거나 더 짓는 등 각 나라의 사정에 맞게 원전 정책을 결정한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에 대한 불안감이 전 세계를 급습했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국가들은 원전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다만 독일은 2011년 ‘탈(脫)원전’을 선언한 뒤 원전 8기의 가동을 중단했다. 2022년까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운영되던 17기의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대신 발전 비중의 16%가량을 차지하던 원전의 자리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독일의 전체 에너지 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27%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그만큼 비싸진 전기료 부담은 국민이 나눠지고 있다. 원전을 포기하고 재생에너지를 선택하는 대신 비싼 전기료를 감수하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우리도 원전 가동을 중단하려면 기업과 가계가 비싼 전기료를 부담해야 한다.

독일과 달리 영국은 2011년 이후 오히려 원전을 더 짓기로 결정했다. 찰스 헨드리 영국 에너지부 장관은 2011년 7월 ‘새 원전 건설(New Nuclear Build) 2011’ 회의에서 “영국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을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있으며 영국은 원전이 없으면 퇴보하고 번영에 뒤처질 국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은 지난해 3월 원자력 산업전략 보고서를 다시 내면서 2035년까지 총 11기, 1만5600㎿ 규모의 신규 원전을 건설하기로 했다. 결국 영국은 불안감 해소 대신 ‘에너지 안보’를 선택한 것이다.

원전 강국인 프랑스는 ‘에너지 수출’이 핵심 정책이다. 현재 프랑스에는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58기의 원전이 돌아가고 있다. 1980년대에만 무려 43기의 원전이 새로 가동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원자력 에너지는 1973년 380만t에서 2000년 1억820만t으로 급증했다. 전체 전력 생산량 중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도 74.8%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수입 에너지의 비중은 80% 이상에서 1993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처음에는 에너지 안보를 목적으로 원전을 세웠지만 현재 프랑스는 전력의 17% 정도를 독일 벨기에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스위스 등 유럽 6개 국가에 수출해 매년 30억 유로(약 3조6000억원)의 수익을 얻고 있다.

핀란드의 원전 정책 키워드는 ‘주민 수용성’이다. 핀란드의 발전소는 대부분 해당 지역 내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투자해 설립하는 행태를 띠고 있다. 그렇다보니 원전 사업자가 지역 주민들의 요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도 원전 관련 시설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주민이나 지자체의 의견을 존중한다. 지자체는 사용후 핵연료 처분장 선정 거부권을 보장받기도 한다. 핀란드 정부가 처분장 후보지로 로비사(Lovisa)를 선정했으나 지자체가 거부권을 행사해 없던 일이 되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정부가 원전 시설과 관련해 후보지에 대한 사전 조사에 나서도 주민들이 반발하는 일이 없다. 국가적 차원에서 연구와 조사를 진행하고 지자체의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공론화는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다.

원전 사업자가 대부분 민간기업인 미국의 경우는 ‘안전성’ 못지않게 ‘경제성’이 원전 운영에 큰 요소가 된다.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원전 운영사가 스스로 원전을 폐쇄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북부 버몬트 지역 양키 원전을 운영하는 엔터지사(社)는 해당 원전 폐로를 결정했다. 노후화된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막대한 설비투자 비용이 들어갈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처럼 미국의 노후 원전 재가동 심사를 담당하는 원자력규제위원회(NRC·Nuclear Regulatory Commission)가 양키 원전에 대해 2032년까지 가동을 허용했지만 원전 운영자가 계속 가동해 얻는 수익이 운영비용보다 적다는 이유로 문을 닫기로 결정한 것이다. 앞서 2013년에는 미국 위스콘신주에 위치한 케와니 원전도 ‘가동 시 수익성이 오히려 악화된다’는 판단 아래 가동을 중단했다.

우리나라의 원전 정책은 정부 주도로 이뤄졌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심했고 원전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 반발을 못 이겨 원전 정책을 수정하다 보니 일관성을 잃기도 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신뢰를 바탕으로 원전 정책을 추진할 때가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목소리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 原電 우리에게 무엇인가 [기사 모두보기]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