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24) 서울대 내분비내과 신찬수·신경외과 백선하 교수팀] 뇌하수체 질환 퇴치 앞장 기사의 사진
희귀난치성 질환 뇌하수체종양의 극복을 위해 적극 협력하는 서울대학교병원 의사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내분비내과 신찬수, 병리과 박성혜, 신경외과 김용휘, 영상의학과 윤태진, 이비인후과 원태빈, 신경외과 백선하, 내분비내과 김성연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제공
뇌하수체는 두개골 밑바닥 깊숙한 곳에 있는 내분비 샘 조직이다. 직경 1.2∼1.5㎝ 크기에 무게는 1g도 안 된다. 하지만 이 콩알만 한 샘 조직이 우리 몸에서 하는 일은 막중하다. 뇌하수체는 우리 몸의 호르몬 대사를 총괄 관장하는 중추 역할을 맡고 있다.

뇌하수체는 전엽과 후엽으로 조직돼 있다. 전엽에선 성장, 유즙분비, 성선자극, 갑상선자극, 부신피질자극 등 5개 호르몬이 분비되고 후엽에선 항이뇨 호르몬과 옥시토신 호르몬이 나온다.

성장 호르몬은 유년기부터 사춘기에 걸쳐 신체의 성장을 촉진한다. 유즙분비 호르몬은 임신 및 출산 때 월경을 막는 대신 젖을 분비하는 역할을 한다. 갑상선자극 호르몬은 갑상선에 명령을 내려 평생 동안 남녀 모두 신진대사에 꼭 필요한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시킨다. 또 부신피질자극 호르몬은 말 그대로 부신에 명령을 내려 부신피질 호르몬을 분비시키는 역할을 하며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힘을 길러준다. 마지막으로 난포자극 호르몬과 황체자극 호르몬 두 종류로 나뉘는 성선자극 호르몬은 남성의 고환, 여성의 난소를 각각 지배하며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 그런가 하면 뇌하수체 후엽에서 나오는 항이뇨 호르몬은 신장(콩팥)에 영향을 미쳐 소변의 양을 조절하고 자궁수축 호르몬은 분만 시 산모의 자궁을 수축시켜주는 일을 한다.

이런 기능을 방해하는 뇌하수체질환 중 가장 고약한 것이 혹이다. 바로 뇌하수체 종양이다. 뇌하수체 종양은 두개 내 종양, 즉 뇌종양의 약 10∼15%를 차지한다. 선종과 두개인두종, 라쓰케낭종 등이 있다. 뇌하수체 종양은 대부분 양성 선종의 형태로 발견된다.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기면 호르몬 과다 분비로 인해 각종 기능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예컨대 유즙분비 호르몬이 필요 이상 많이 분비되면(프로락틴종) 남성은 임포텐스(발기부전), 여성은 월경이 끊어지는 증상을 겪게 된다. 유두에서 비정상적으로 젖이 나오는 증상도 나타난다.

또 성장호르몬이 과도하게 많이 분비되면 말단비대증으로 얼굴 골격이 변하여 이마와 코, 턱이 튀어나오고 손발 마디가 굵어지는 거인 증세를 보인다. 부신피질자극 호르몬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지면 팔다리는 가늘어지는데 몸통은 살이 쪄서 굵어지는 쿠싱증후군이 유발된다. 혹이 커지면 주변 신경을 압박, 신경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가장 흔한 것은 시신경 압박에 의한 시야장애다. 마치 커튼을 쳐놓은 것과 같이 시야의 바깥 부위가 보이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다.

뇌하수체 종양은 가능한 한 빨리 발견, 조기수술로 제거하는 것이 최선이란 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전문가를 만나 수술로 완전히 도려내면 호르몬 과다 분비로 인한 각종 이상 증상도 깨끗이 사라진다.

문제는 국내에서 해마다 새로이 발견되는 신규 뇌하수체 종양 환자가 연간 150∼200명 선에 그칠 정도로 희귀종인데다 수술 시 자칫 주위 중요 신경을 건드릴 우려도 높아 전문가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서울대학교병원 신찬수(53·내분비내과), 백선하(52·신경외과) 교수팀이 뇌하수체 종양 환자들을 집중적으로 돌봐주는 뇌하수체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신 교수와 백 교수는 서울의대 입학 및 졸업 동기로, 서울대학교병원에서만 20년 이상 뇌하수체 호르몬 이상 질환 극복을 위해 손발을 맞춰 온 환상의 짝꿍이다. 신 교수는 뇌하수체 질환 진단과 동시에 약물요법으로 호르몬 과다분비 증상을 치료하고 백 교수는 감마나이프를 이용한 방사선 수술과 외과적 처치를 도맡는 식으로 전문화돼 있다.

두 교수는 앞으로 신설 뇌하수체센터에 안과, 영상의학과, 이비인후과, 신경병리과, 종양방사선과 의사들도 모두 불러들여 원스톱 다학제 진료를 도모할 계획이다. 내분비내과 김성연(65)·김정희(34), 영상의학과 손철호(51)·최승홍(40)·윤태진(40), 안과 김성준(46), 이비인후과 원태빈(42), 신경외과 김용휘(39), 치료방사선과 김일한(61), 신경병리과 박성혜(55) 교수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2009년부터 국내 최고 수준의 두개저(頭蓋低)내시경 수술 능력을 갖추고 뇌하수체 종양 등 뇌하수체 질환 퇴치를 위해 두 교수와 협력해왔다.

두 교수는 최신식 뇌하수체 종양 진단 및 치료법을 익히는 연구 활동에도 열심이다. 뇌 내시경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토마스제퍼슨대 병원 두개저 내시경 수술센터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해마다 양국을 오가며 두개저 뇌하수체 종양 진단 및 치료법에 관한 워크숍 및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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