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유경준] 등록센서스 성공하려면 기사의 사진
세계적인 환경학자 도넬라 메도스 박사는 1990년 5월 21일 미국의 어느 작은 지역신문에 ‘마을 현황 보고서’란 제목의 칼럼을 게재한다. 메도스 박사는 글에서 세계 인구를 1000명으로 가정하고 성별, 종교, 식량, 부의 편재, 물과 에너지 배분 문제를 담백하게 정리했다. 우연히 이 글이 누군가에 의해 인터넷의 바다에 유리병 편지처럼 던져진 이후 이메일을 통해 세계 곳곳에 전해진다. 마침내 2001년 일본에서 ‘세계가 만일 100명이 사는 마을이라면’이란 작은 책으로 출간되며 전 세계에 다시 확산됐다.

메도스 박사는 세계 마을에 1000명이 사는 것으로 가정했지만 책에서는 100명으로 축소했다. 아마도 백분율 등을 포함해 100이라는 숫자가 우리의 인식에 쉽게 다가오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읽는 데 30분이 채 안 걸리는 이 작은 책이 세계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 것은 세계화라는 거대 담론 하에서 외면받을 수 있었던 지구촌 문제를 친숙한 마을이야기에 담아 우리의 피부에 닿게 만든 게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100명이 사는 마을 시리즈는 현재에도 계속 업데이트되고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책이 출간될 당시 세계 인구는 63억명이었다. 2015년 7월 기준으로 현재 세계 인구는 72억명을 넘어섰다. 100명 시리즈가 설득력과 정합성을 가지려면 모집단에 대한 통계가 정확해야 한다.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는 5년 또는 10년에 한 번씩 인구센서스를 실시한다. 수많은 통계의 기본 인프라 역할을 하는 인구센서스에는 막대한 인력과 예산이 소요된다. 2011년 실시된 중국의 인구센서스에는 600만명의 조사원이 투입되고 1조원 이상의 예산이 들었다. 현재는 많은 국가들이 비용과 시간 문제에 직면해 현장조사 대신 정부의 행정자료를 이용한 등록센서스를 도입하고 있다.

독일은 1987년 현장조사 위주의 마지막 센서스를 실시한 후 등록부 기반 센서스로 전환했다. 독일의 경우는 비용문제 외에 사생활 침해 우려로 조사응답률이 낮아지게 되자 보완 차원에서 등록센서스를 도입했다. 네덜란드에서도 응답 거부율이 1971년 0.026%에서 1981년에는 26%로 급등했다. 네덜란드는 현재 행정자료와 기존 표본조사를 결합한 센서스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자료의 기준 통일, 데이터베이스화 등 어려움 때문에 등록센서스 도입은 쉽지 않은 일이다. 등록센서스를 도입한 선진 각국은 준비기간에 최소 10년 이상 많게는 47년까지 걸렸다.

우리나라도 올해 11월에 실시하는 인구센서스(인구주택총조사)를 8년여의 준비 끝에 처음으로 등록센서스와 현장조사를 결합한 방식으로 실시한다. 1925년 인구조사 이래 지금까지는 국민 100%가 모두 조사 대상이었다. 올해는 13개 행정기관으로부터 주민등록부, 건축물 대장 등을 받아 성별·연령·주택 종류 등 기본사항을 파악한다. 행정기관 데이터만으로 알기 어려운 심층자료만 통계청 조사원이 표본 20%를 대상으로 직접 조사하거나 조사대상자가 인터넷 조사에 응하는 방식으로 실시한다.

등록센서스 방식은 전수조사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들고 개인정보 침해 우려 등 국민의 불편함과 걱정도 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국가의 통계역량과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만일 100명이 사는 마을이라면 올해 표본조사에 참여하는 20명은 남다른 사명감과 공동체의식을 가진 분들이자 인구센서스의 새 역사를 써내려 갈 주역들이다. 20명의 적극적인 참여에 인구센서스의 성공과 마을의 미래가 달려 있다. 인구센서스 결과로 ‘우리나라가 만일 100명이 사는 마을이라면’의 콘텐츠가 한층 업그레이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경준 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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