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이지현] 슬픔이 행복으로 기억될 수도 기사의 사진
아이들은 서러울 때 마음 놓고 소리 지르며 운다. 배고플 때도 울고, 억울할 때도 울고, 엄마가 보고 싶을 때도 운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 슬픔 억누르기를 배운다.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억누르고, 자기 조절을 못하게 될까봐 억누른다. 그토록 슬픔이 우리에게 불필요한 걸까. 그렇지 않다. 슬픔과 눈물이 꼭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하는 원동력은 아니다. 슬픔과 눈물이 기쁨보다 더 큰 위로가 될 때도 있다. 행복했던 기억으로만 간직하고 있었던 한 추억이 사실은 슬픔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슬픔이 위로를 만날 때 기쁨으로 전환되는 ‘공감의 원리’를 잘 담았다. 영화는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일하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다섯 가지 감정이 낯선 환경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는 11살 소녀 라일리에게 행복을 찾아주는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의인화된 다섯 가지 감정의 캐릭터들은 라일리의 행복을 위해 밤낮으로 일한다.

영화는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폴 에크먼이 정의한 인간의 기본 감정(분노 혐오 공포 기쁨 슬픔 놀람)을 바탕으로 만들었으며 연출과 각본을 쓴 피트 닥터 감독은 영화 제작을 위해 3년 동안 심리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피트 닥터 감독은 “슬픔이 우리의 인생에 중요한 감정이란 걸 알게 됐다. 자세나 얼굴 표정에 슬픔을 표현해 사람들이 자신을 도와주거나 배려해주게 만든다. 따라서 슬픔은 공동체 의식이 살아 있는 감정”이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슬픔이란 감정이 위로를 만날 때 기쁨으로 변할 수 있다.

모든 부모는 자녀가 행복하길 바란다. 자녀들이 슬퍼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극중에서도 기쁨이 슬픔에게 동그란 원 안에만 있으라 하고 아무것도 못하게 했다. 슬픈 감정이 작동하면 불행해진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현실 속에서도 자녀의 슬픈 감정을 ‘괜찮아’라는 말로 억누르는 부모들이 있다. 계속 슬픈 감정을 억누르다 보면 불편한 감정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부모는 자녀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진정한 가족 간의 사랑은 이기적인 기대나 요구가 아니라 모든 감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신뢰감에서 시작된다. 극중에 라일리의 가출을 돌이키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슬픔에서 비롯된 추억이었다. 하키 경기에서 진 라일리가 슬퍼하고 있을 때 가족들이 감싸주고 위로해 주자 슬펐던 순간이 행복한 기억으로 형성된다. 슬픔이 위로를 만난 순간 행복으로 전환된 것이다.

대체적으로 슬픔은 과거를 돌아보게 한다. 그때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이 우리를 성장시킬 수 있다. 누구나 유년기의 행복한 환상을 가지고 있지만 어느 순간 환상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고 그러면서 삶의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자녀들의 ‘기억의 저장고’에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어야겠다. 슬픔이란 감정을 딛고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부모와 자녀가 함께 체득하면 두려움이 없어지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슬픔 감정을 숨기려 하지만 슬픔도 우리 인생에 기쁨만큼 중요한 감정이다. 슬픔을 통해 공감하기도 하고 때로는 슬픔이 있으므로 기쁨이 존재한다. 이런 슬픔을 기쁨만큼 중요하게 받아들이면서 우리는 성장한다. 힘들 땐 힘들다고 말하자. 슬플 때 눈물을 흘리자. 분노와 달리 적절한 슬픔은 신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그러나 슬픔이 불필요하게 주도권을 장악하면 우울증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자.

나쁜 것이 끝나야 비로소 좋은 것이 시작된다. 때론 슬픔이란 감정을 부정적으로 인지하고 외면하려 하지만 슬픔을 바르게 겪고 나야 비로소 마음의 상처를 받아들이고 치유할 수 있다. “주께서 나의 슬픔이 변하여 내게 춤이 되게 하시며 나의 베옷을 벗기고 기쁨으로 띠 띠우셨나이다.”(시 30:11) 주님의 위로가 우리에게 임했을 때 슬픔이 변하여 기쁨이 될 것이다.

이지현 종교기획부장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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