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전문 건축가, 김재관 무회건축사무소 대표 “연필로 짓던 집을 현장에서 직접 지으니 큰 보람” 기사의 사진
김재관 무회건축사무소 대표는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자택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건축가로 살아온 사람이 망치를 쥔다는 건 이례적”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먹고 살기가 그렇게 힘드냐, 이왕이면 리노베이션이라고 쓰지 왜 집수리라는 말을 쓰느냐’는 등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연필로 짓던 집을 현장에서 직접 짓는데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태형 선임기자
아파트의 매력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 집값이 안정화돼 재산 증식수단으로서의 가치를 잃어서다. 집은 이제 투자수단이 아니라 주거 공간으로서의 본래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그래선지 단독 주택을 지어 아파트의 획일적 삶에서 탈출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판교 신도시 같은 대규모 주택단지를 분양받지 않고서는 ‘마당 있는 집’의 꿈을 실현하는 게 쉽지 않다. 그렇다고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리모델링은 어떨까. 헌집을 사서 고쳐 쓰는 거다.

무회건축사무소 김재관(53) 대표를 지난 5일 만나 리모델링 세계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2011년부터 ‘집수리업자’를 자처하며 주택 리모델링 시장을 개척한 건축계의 이단아다. 인터뷰는 서울 종로구 명륜 3가 그의 자택에서 이뤄졌다. 남의 집만 고쳐주던 그는 지난해 아파트 생활을 청산했다. 허름한 3층 다세대 주택을 사 6개월 공사 끝에 지금의 새집으로 탈바꿈시켰다.

북악산과 축대 하나로 맞닿아 있다. 동네에선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이 집의 살구나무 아래, 야외용 식탁에 앉으면 서울 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무엇보다 마당이 있는 집이다. 이 장소를 즐기기 위해 차도 허덕거리는 45도 경사의 출퇴근길은 감내해야 한다.

-왜 ‘집수리’인가.

“집도 고쳐 쓸 수 있다.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사라진 집수리 문화가 이제는 살아나야 한다. 신축할 땅도 부족하지만 낡아서 불편한 집이 많지 않은가. 얼마든지 고쳐 쓸 수 있다. 신축을 통한 경제적 비용은 국가적으로도 낭비다.”

-흔히 건축가가 지은 집하면 떠올리게 되는 ‘빨간 지붕, 파란 잔디’가 아니다.(이 집 외벽은 회색 시멘트 벽돌이다. 데크는 나무가 아닌 구멍이 숭숭 뚫린 공사장 가설재를 썼다. 잔디 대신 마당에 상추, 허브 등을 심어 텃밭을 만들었다.)

“나는 외관에 힘을 주지 않는다. 건물 혼자 튀는 것이 아니라 주변과 어울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건축가와 수리업자의 차이점이 있다면.

“건축을 순수예술처럼 생각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 건축은 건축주의 요구와 필요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다. 건축 행위를 작가주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잘못됐다.”(영국 런던 옥스퍼드브룩스대학을 졸업한 그는 1996년 무회건축사무소를 설립하고 교회 건축을 많이 해 교회건축가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하지만 집 수리업자인 지금은 여느 건축가처럼 설계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시공을 한다. 그래서 자칭 목수다. 그런 자신을 제작에서 감독, 시나리오, 편집, 연기까지 모두 하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에 비유했다.)

-리모델링이 신축보다 좋은 점이 있나.

“기존 건물 뼈대, 즉 골조는 재사용할 수 있다. 전체 시공의 25%를 차지하는 이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나머지 75%는 예산 범위와 환자(기존 건물) 상태에 따라 다르다.”

-리모델링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뭔가.

“집수리는 작곡이 아니라 편곡이다. 편곡에서 중요한 건 원작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마찬가지로 기존 건물의 특성과 지형을 잘 살리는 게 중요하다. 이 집을 예로 들자면 자연지형이 중시됐다. 축대의 돌, 저기 보이는 자연 암벽과 잔디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30년 넘은 살구나무를 살려야 해 야외용 식탁 위에 지붕을 만들지 않았다.”

-또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설계를 반드시 해야 한다. 설계는 일종의 레시피다. 재료로 감자를 쓸지, 당근을 쓸지, 쓴다면 몇 개를 쓸지 설계를 해야 정확하게 예산이 나온다. 건축물 수명도 따져 리모델링이 가능할 정도로 기존 건물 상태가 쓸만한 지 판단해야 한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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