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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새정치연합, 쇼라도 해라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한 김태호 의원처럼 기득권 포기하는 야당 의원들 나와야”

[김진홍 칼럼] 새정치연합, 쇼라도 해라 기사의 사진
지난 3일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20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그 이유를 ‘실력과 깊이를 갖추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는 최연소 군수와 도지사, 총리 후보,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속이 텅 비어버렸다고 고백한 뒤 여의도를 떠나 공부에 열중해 미래에 어울리는 정치인으로 다시 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50대 초반(1962년생)이다. 잠자코 출마하면 국회의원으로서 4년 더 편안하게 지낼 수도 있다. 그런데 내려놓았다. 불출마가 지역구민에게 용서받기 어려운 결정인 줄 알지만, 황폐해진 마음과 정신으로 국회의원 생활을 계속한다는 게 국가와 국민에게 더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의 선택이 지극히 개인적 차원에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그의 선언을 계기로 ‘현역의원 물갈이론’을 놓고 설왕설래하는 등 울림이 작지 않다. 새누리당에선 4선의 이한구 의원이 지난 2월 현역의원으로는 처음으로 총선 불출마 의사를 피력했고, 강창희 전 국회의장과 비례대표인 손인춘 의원 등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반면 새정치연합에서는 문재인 대표 한 명뿐이다. 그래서 새누리당보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좌불안석이다.

33세인 이동학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이 불을 댕겼다. ‘586 전상서’라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야당의 86그룹에 ‘적지(敵地)’ 출마를 요구했던 그가 김 최고위원 불출마에 대해 “우린 지고 있다. 쇼라 할지라도 쇼에서도 지고 있다. 너도 나도 답답하다”고 쓴 것이다. 야당 내에는 기득권을 포기하고 희생하는 현역의원들이 왜 없느냐는 일갈이다. ‘4선 이상 용퇴’ 등을 언급했던 조국 서울대 교수는 “야당의 중진 의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가세했다.

그럼에도 새정치연합 분위기는 요지부동이다. 많은 의원들이 불출마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다. 혹자는 “인위적으로 불출마를 강요하는 건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요, 정치를 비인간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혹자는 “공천 룰이 확정되면 자연스럽게 불출마 의원들이 나오게 돼 있는 만큼 불출마가 곧 혁신이라고 보는 건 무리”라고 주장한다.

변명의 논리는 다르지만 속내는 똑같아 보인다. ‘나는 결코 불출마 선언하지 않을 거야. 내가 왜 희생해야 해? 나보다 못한 의원들이 수두룩한데. 공천 받아 금배지를 다시 달고 말테야.’ 86그룹조차 ‘적지 출마’ 요구에 대해 “정치공학적 처방”이라고 일축한 뒤 여느 의원들처럼 차기 총선에서의 생존에 온 신경을 쓰는 형국이다. 또 막말로 풍파를 일으켰던 의원과 스캔들에 휩싸인 의원에게도 불출마는 남의 일일 뿐이다. 공천 룰 결정 과정에서 극심한 이전투구가 벌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라고 하겠다. 아울러 김 최고위원의 불출마 선언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까닭이기도 하다.

김 최고위원 말마따나 정치적인 역할을 수행할 능력도 없으면서 선수(選數)만 늘리려는 건 국가와 국민에게 죄를 짓는 행위다. 당이 총선에서 이기든 지든 자기만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이기적인 태도는 당에 해를 입힐 뿐이다. 야당과 정치가 국민들로부터 욕을 먹고 있는 현실을 통렬하게 반성하면서 야당의 미래와 정치발전을 위해 용퇴하겠다는 양심 있는 의원이 야당에서도 몇 명쯤은 나와야 할 때다. 텃밭인 호남의 민심마저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철학이나 소신 없이 정치 외에는 딱히 할 일이 여의치 않아서 총선에 재출마하려는 ‘불량 의원들’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정치적 쇼라도 해야 한다. 답답해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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