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맹경환] 유커 이후까지 생각할 때다 기사의 사진
요즘 중국에 한국의 ‘높은’ 손님들이 많이 찾아왔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마무리되면서 중국 관광객 ‘유커(遊客)’들의 발길을 돌려놓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동안 유커 덕을 많이 봤던 제주도와 서울이 적극적이었다. 지난달 말 베이징을 방문했던 원희룡 제주지사는 다시 지난 3∼4일 상하이에서 관광 마케팅을 전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2∼6일 광둥성 광저우, 상하이, 베이징을 돌았다. 상하이 일정에서는 원희룡 지사와 공동 마케팅에 나섰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도 잇따라 베이징과 상하이 등을 찾았다.

있을 땐 몰랐지만 없어지니 유커의 고마움이 새록새록 생각나는 모양이다. 박 시장은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 관광객이 많아지다 보니까 여러 불편함도 있었던 것 같았다”면서 “그럼에도 관광객이 사라짐으로써 우리가 느끼게 되는 고통은 훨씬 컸고, 바로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 사람들은 유커를 얕잡아 보기 일쑤였다. 박 시장과 함께 방문한 서울시 고위 인사는 “일부 택시의 경우 중국인들을 태우면 미터 요금을 매 사람당 받는 등 횡포가 심하다”고 말했다. 한국 사람들은 보통 중국인에 대해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고 무시한다. 한국에서 ‘중국 물’을 좀 먹은 아이들의 경우 놀림을 받는 일이 많다고 한다. 중국에 주재원으로 오는 사람들의 가장 큰 걱정은 한국으로 돌아가면 자녀들이 ‘짱깨’라고 놀림을 받는 일이다. 일부는 한국에 돌아가서 아예 화교학교를 수소문하거나 국제학교를 알아보기도 한다.

이심전심이다. 한국 사람들의 마음을 중국 사람들도 모르지 않는다. 한국을 여행한 경험이 있는 한 지인은 다시 가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아직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잊을 수 없다. 말을 알아듣지 못해도 다 느낄 수 있다. 메르스 이후에 좀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다.”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해외 관광에 나선 중국인은 지난해 1억700만명으로 2001년에 비해 796.1% 늘었다. 중국 인구를 14억명으로 봤을 때 앞으로 해외 관광에 나설 중국인은 무궁무진하다. 최근 중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해외 관광지는 일본과 러시아라고 한다. 반면 중국인들의 단골 첫 여행지였던 홍콩은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다. 일본은 환율과 한국 메르스의 반사이익 때문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노력의 결과다. 일본 정부는 올해 1월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한편 가족관광비자와 개별관광객에 복수비자 발급도 허용했다. 항공노선 확충, 소비세 면세제도 확대, 크루즈·카지노 산업 육성 등 다양한 관광진흥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러시아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1년 전에 비해 180% 늘었다. 러시아 여행을 한 중국인들은 러시아의 매력을 생각보다 편리한 쇼핑, 깨끗한 환경 등을 꼽지만 가장 큰 것은 친절함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비해 홍콩은 올 상반기 유커들이 전년 대비 50% 이상 감소했다. 홍콩인들 사이에 퍼진 ‘반중 정서’가 중국인들의 발길을 멀어지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옛날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하면 일본인뿐이었다. 어느새 일본인이 중국인으로 바뀌었듯 유커들의 생각과 발길은 언제든 바뀐다. 앉아서 오는 사람들만 기다리는 ‘천수답’ 관광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말로만이 아닌 ‘관광 입국’의 청사진과 실천이 뒤따라야 할 때다. 당장 유커들을 한국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커 이후까지도 생각해야 한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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