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명품마을을 가다] (18) 경기 용인 학일마을 기사의 사진
용인 학일마을에 농촌체험을 하러 온 어린이가 밭에서 직접 딴 옥수수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학일마을 농촌체험은 ‘1일 1팀, 20명 이상 단체’로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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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학일마을. 영동고속도로 양지IC로 나와 백암, 죽산 방향으로 17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 용인시 축구센터 방면으로 우회전해 가다보면 학일리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을 따라 4차선 도로를 2㎞가량 가면 녹음 사이로 ‘학일 정보화 마을’ 팻말이 보인다. 양지IC에서 차로 15∼20분 거리에 있다.

급속한 도시화로 용인시 인구는 100만명에 육박하지만 학일마을은 지방의 여느 산골마을과 흡사하다. 주민은 48가구 130여명이고 그중 65세 이상이 80%나 된다. 해주오씨 집성촌으로 고려 말에 촌락이 형성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알차고 실속 있는 농촌체험마을이다.

주민이 자발적으로 소·돼지 축사를 철거한 생태 1급지 청정마을이다. 우렁이 농법을 이용해 친환경 유기농쌀을 생산하고 농협이 이 쌀을 높은 가격으로 전량 수매해 간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 가까운데다 주변에 에버랜드, 민속촌, 농촌테마파크 등 유명 관광지가 많다.

논농사, 밭농사 등 1차 산업과 2차 가공산업, 농촌체험·휴양 등 3차 서비스 산업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적합한 곳이다. 이 때문에 학일마을은 1·2·3차 산업을 복합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6차 산업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규모도 작고 인구도 고령층이 대부분이지만 이 마을은 가구당 연간 소득이 5000만∼1억2000만원에 이르는 부자 명품마을이다.

이 마을은 주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단합해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고 그 결과 외지인들이 즐겨 찾는 농촌체험휴양마을로 굳건하게 자리를 잡았다.

마을 주민들은 8일에도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가족 단위로 구성된 농촌체험팀 40명이 오후 4시에 방문할 예정이어서 주민들은 2시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주민들은 평상시엔 각자 생업에 종사하거나 휴식을 취하지만 농촌체험팀이 도착하면 바빠진다. 김시연(59) 마을 위원장은 “우리 마을은 농촌체험의 질을 높이기 위해 철저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참가자들이 농촌체험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루 한 팀만 받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상업성을 최대한 배제해 운영하다 보니 참가비는 비싼 편이지만 호응이 좋아 재방문률이 60%가 넘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농촌체험팀은 예정된 오후 4시가 조금 넘어 마을에 도착했고 오후 6시50분까지 옥수수 따기, 미꾸라지 잡기, 농가식 비빕밥 먹기 등 세 가지 체험을 했다.

참가자들은 우선 삼삼오오 짝을 지어 옥수수 따기 체험장으로 향했다. 아이들은 마을 주민들의 설명을 들은 뒤 환한 미소를 머금고 튼실하게 영근 옥수수를 따기 시작했다.

주로 가족 단위로 참가한 이들은 태양이 따갑게 내려쬐고 있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신나게 옥수수를 땄다. 김가영(11)양은 “옥수수를 집에서 가끔씩 먹는데 이렇게 옥수수 밭에서 따보니 너무 재미있고 신기해요”라고 말했다. 엄마는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는 것도 모른 채 옥수수 따기에 정신이 팔린 딸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미꾸라지 잡기 체험이 진행된 마을 하천에서는 아이들의 활기찬 소리가 들려왔다.

“다 잡은 미꾸라지가 손에서 도망쳤어.” “야, 흙탕물이 옷에 다 튀잖아.” “미꾸라지 잡았다!” 미꾸라지를 쫓아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소리로 후끈 달아올랐다.

트랙터를 몰고 가다 잠시 멈춰 서서 아이들을 바라보던 주민 공인식(57)씨는 “과수원 농사를 주로 하는데 체험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직거래도 덩달아 활성화됐다”며 “마을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의 80%가 직거래로 팔린다. 우리는 판매는 걱정하지 않고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며 체험활동에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옥수수 따기, 미꾸라지 잡기는 각 농가에서 개별적으로 진행하지만 농가식 비빕밥 먹기는 마을 부녀회 주관으로 여러 사람이 준비한다. 마을 곳곳에서 각종 채소류를 채취하고 나물과 청국장, 된장 등을 준비하느라 대부분 예순을 넘긴 마을 할머니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조달순(72) 할머니는 “우리는 정성껏 음식을 준비한다. 그래야 오는 분들이 맛있게 먹고 또 올 것 아니냐”고 말했다.

오후 6시20분쯤 마을회관 옆의 실내종합체험장에선 체험팀 40명이 가족단위로 둘러앉아 농가식 비빔밥 먹기 체험이 진행됐다. 어린이들도 옥수수를 따고, 미꾸라지를 잡느라 배가 고팠던지 평소에는 손이 가지 않던 청국장 등을 맛있게 먹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30분쯤 지나 체험팀이 떠나야 할 시간이 됐다. 인솔자가 급하게 인원체크를 했고 아이들과 부모들은 차례차례 버스에 올랐다. 아이들은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운 듯 배웅하는 마을 주민들을 향해 연신 손을 흔들었다. 일흔이 훌쩍 넘어 보이는 할머니는 구수한 음성으로 “또 오거라. 다음엔 옥수수, 고구마도 맛있게 익혀서 줄게”라고 말했다.

학일마을이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용인시의 행정 지원이 한몫을 하고 있다. 용인시 농업기술센터는 학일마을의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알리며 도시민들에게 체험을 적극 권하고 있다. 용인시는 올 가을 완공되는 클라인가르텐 시설 조성비 5억원의 절반도 지원했다. 클라인가르텐은 ‘작은 농장’이라는 뜻으로 일정액의 임대료를 내면 내 집처럼 살면서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시설이다. 이 시설이 완공되면 학일마을은 장기체험형 휴양마을로도 거듭 나 더욱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용인=글·사진 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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