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DJ·YS가 없어도 신당 성공할까 기사의 사진
사람들은 그걸 선거혁명이라고 했다. 1985년 2월에 치러진 12대 총선에서 신당인 신한민주당(신민당)에 불어닥친 돌풍을 그렇게들 불렀다. 창당 한 달이 되지 않은 신민당이 전체 의석 276석 가운데 67석을 얻어 35석을 얻는 데 그친 기존의 제1야당 민한당을 밀어내고 제1야당으로 우뚝 선 것이었다.

서울의 경우 14개 선거구(1구2인제)에서 신민당 후보가 모두 당선됐을 뿐 아니라 12개 선거구에서 1위를 했고 득표율도 여당인 민정당이 27.7%였던 데 반해 42.7%를 차지했다. 또 부산 인천 광주 등 대도시에서도 압승했다. 그것도 김대중(DJ) 김영삼(YS) 등 야권의 지도자들을 정치규제에 묶어 놓는 등 전두환 군사정권의 온갖 야당 탄압 속에 치러진 선거였다. 신민당도 놀랐고, 신민당 당선자들도 놀랐고, 신민당 후보를 찍은 유권자들도 놀랐다. 이러한 선거 결과는 많은 우여곡절을 거쳐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으로 이어져 민주화의 랜드 마크 역할을 하였다.

야권 신당설이 분분하다. 30년 전 한겨울 추위도 잊은 채 유세장을 쫓아다니며 흥분 속에 취재하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새삼스럽다. 야권 신당이 나오면 그때처럼 선거혁명으로 이어져 정치판이 환골탈태할지, 하다못해 야당이라도 국민이 기대하는 수권정당의 모습을 갖출지 생각해 본다. 유감스럽게도 생각 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지금 많은 국민들은 군사정권 때만큼은 아니겠지만 정치를 불신하고 있다. 특히 제1야당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런 면에서만 보면 내년 4월 총선에서 신당을 통한 선거혁명을 기대할 만한 토양은 마련됐다.

그러나 지금은 12대 총선 때만큼 신당을 통한 선거혁명의 에너지가 축적돼 있지 않다. 그때는 국민들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있었고, DJ와 YS가 사실상 이끄는 신당이 그러한 열망을 충족시키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지금은 국민들 사이에 그때의 ‘민주화’처럼 하나로 집약되는 절실한 열망이 없고, 신당을 통해 정치판을 바꿔줄 것으로 기대할 만한 DJ와 YS가 없다. 여당에 대한 불신도 만만치 않지만 전두환 정권 때의 반여당 정서만큼은 아닌 것도 선거혁명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앞서 지적한 대로 DJ, YS 같은 지도자가 없는 데다 선거혁명의 불길을 지필 만한 인적자원이 부족해 보인다. 신당에 열성적인 사람들 중 많은 수는 속된 말로 정치권에서 한물 가, 병풍 역할이나 하면 좋을 사람들이 야당에 대한 불신을 이용하여 자신이 선수로 뛰겠다고 나서는 느낌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 중 신당에 참여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흘러간 물이 물레방아를 돌릴 수 있을까, 또 그 나물에 그 밥이 아닐까 회의를 가질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구색을 갖춘 신당이 나올 경우 호남은 야당들끼리 의석을 분점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 등 수도권은 야당들 중 하나로 쏠림현상이 생기기보다는 지난 4월 관악을 보선에서 정태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정동영 후보가 표를 나눠 가짐으로써 새누리당 후보를 당선시켰던 전철을 밟을 선거구가 많을 것이다. 그리 될 경우 야당들은 군소정당으로 전락하여 수권정당으로부터 그만큼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야당뿐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그림이다.

하기야 정치라는 게 살아 있는 생물이어서 신민당에 투표한 사람 자신들까지도 놀랐던 12대 총선이 재현될지도 모를 일이긴 하다. 또 야권이 지리멸렬하여 정치판을 새로 짜게 만듦으로써 땅에 떨어진 하나의 밀알이 돼 역설적으로 선거혁명을 이끌어 낼지도 모를 일이고.

백화종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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