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명화] 교단 성범죄가 여전한 까닭 기사의 사진
이명화 한국 청소년성문화센터 협의회 상임대표
연일 폭염으로 뜨거운 여름이다. 게다가 각종 성폭력 사건 뉴스들을 보노라면 뜨거운 여름 시민들의 불쾌지수는 하늘로 치솟는다. ‘국민의 마음을 생각한다’는 국회에 계신 의원님의 성폭력 사건은 코미디를 보는 듯하고 아이들이 ‘가고 싶고 재미있는 학교’라고 교문에 써 붙인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교사 집단에 의한 성폭력 사건은 한국사회가 성폭력특별법을 만든 지 20년,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을 만든 지 15년이 지난 2015년 작금의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난감하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했던 것일까. 학교라는 특수성이 이러한 문제를 가능하게 하지는 않았을까. 오히려 일반 사회조직보다도 더 경직되어 있고, 사회적인 트렌드에 둔감한 문화, 게다가 스승이라는 권위적 존재는 감히 아래에 있는 그 누구도 권위를 손상시킬 수 없는 문화.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어떻게 싫다고 할 수 있어요?” 피해 학생들이 주로 하는 말이다. 집단 안에서 용인되는 문화, 승진점수에 올가미가 되어 교사들 간에도 위계질서가 작동하는 문화, 그 안에서 어쩌면 성폭력 범죄 행위도 그러려니 하는 일종의 문화로 자리 잡았던 것은 아닐까.

30, 40대 여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다 보면 너도나도 학창시절 경험했던 소위 ‘변태’ 교사에 의한 성추행 사례를 줄줄이 쏟아 놓는다. 하나하나 열거 된 사례들은 지금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성폭력에 대한 법도 만들어지고 온갖 대책들로 세상이 참 많이 변한 듯이 보이지만 도대체 무엇이 변한 건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도 자세히 보면 변한 것이 있기는 하다. 우리 사회에 성폭력이란 단어조차 없었던 시절도 있었고 여성이 성폭력 피해 사실을 드러내는 것조차 이미 망가진 인생으로 단정하는 시절도 있었으니 말이다. 지금은 그래도 법적으로는 전 국민이 1년에 한 번씩 성폭력예방교육을 받도록 되어 있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사진과 주소지가 적힌 우편물이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배달된다. 성범죄자는 아동청소년 관련 학교·학원 등 모든 업종에 취업도 금지된다. 교사 등 아동청소년 관계자는 아이들의 성범죄 피해 사실을 알게 되면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하는 신고의무제도도 시행되고 있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국선변호인제도가 생겼고 아동 성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도 폐지되었다. 이 모든 법과 제도는 수많은 피해자들의 아픔과 상처로 만들어진 것이다.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가 나와야 우리사회 고질적인 성폭력문화가 사라질까. 교사에 의한 성추행 사례가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2011년 아동청소년성보호법에 의하면 교사 등 아동청소년 관계자는 범행을 저질렀을 시 가중 처벌하는 법도 마련되었다. 그럼에도 법원은 초범이라는 이유로, 합의했다는 이유로 줄줄이 집행유예 등의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있으며 징계교원의 반수가 넘는 교사가 여전히 교단에 머물고 있다.

예방조치만 해도 그렇다.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예방교육관리 통합 시스템을 보면 이미 학교 내 성고충처리위원회에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라고 권고하고 있고 학교 내 성폭력 예방을 위한 우수사례가 공유되어 있다. 심지어 무료로 강사를 파견하는 ‘찾아가는 폭력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기까지 한다. 물론 쥐꼬리만한 예산으로 생색내기만 하고 있으니 그 파장이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말이다. 새로운 것을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미 만들어져 있는 법과 제도가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를 위한 인프라를 확대하고 내실화하는 데 실질적인 투자를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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