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美 피츠버그서 부는 ‘강정호發 한류’… 구장엔 친근한 한글 응원 팻말 유행 기사의 사진
[친절한 쿡기자] 요즘 미국 동부 공업도시 피츠버그에서 한글은 낯선 문자가 아닙니다. 로스앤젤레스처럼 우리 교민이 밀집한 지역도 아니고 뉴욕처럼 세계인의 발길이 몰린 대도시도 아닌데 말이죠.

한류스타가 순회공연 한 번 제대로 한 적도 없는 인구 35만명 규모의 중소도시인 피츠버그. 이곳에서 시민들이 앞다퉈 한글로 씌어진 팻말을 들어올리는 이유는 한국에서 건너온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중심타자 강정호(28)를 응원하기 위해서입니다.

피츠버그에서 강정호의 인기는 한류스타 못지않습니다. 피츠버그의 홈구장 PNC 파크 관중석에선 한글로 씌어진 응원 팻말과 태극기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강정호 홈런’이나 ‘올해의 신인’이라고 쓴 팻말이 자주 보입니다. 강정호의 고향이 광주라는 점에 착안, ‘정호형 화이팅! 홈런 못 치면 확 울어 불랑게’라고 사투리로 쓴 팻말까지 등장했습니다. ‘화이팅’이란 단어는 외래어 표기상 ‘파이팅’이 옳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에 익은 표현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모두 미국인들이 직접 작성한 문구입니다.

팀의 상징인 ‘해적’과 선수 이름(강정호)을 한글로 적은 티셔츠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시민도 등장했습니다. 강정호의 전 소속팀인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한 ‘직구족(해외 상품을 직접 구입하는 소비자)’도 나타났습니다.

지난 10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의 경기에서는 ‘강정호 아저씨! 완전 팬이에요∼^^’라고 적은 팻말(사진)을 든 소녀 팬이 등장했습니다. 한글을 지원하지 않는 컴퓨터로 출력한 듯 응원 문구는 삐뚤삐뚤했습니다. 한국에서 흔히 쓰이는 웃는 표정의 이모티콘(^^)도 그대로 사용했죠. 미국 네티즌들은 웃는 표정을 ‘:)’이나 ‘:D’로 표현하는데 굳이 한국식 이모티콘을 찾아낸 정성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강정호가 불러일으킨 한류는 관중석에서만 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선수에 대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의 관심도 훨씬 커졌습니다. 가장 큰 수혜자는 강정호의 동료였던 넥센의 1루수 박병호(29)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강정호가 한국에서 주로 5번 타자였다고 들었는데 (더 뛰어난 타자가 맡는) 4번 타자는 도대체 누구였느냐”고 피츠버그의 클린트 허들(58) 감독이 놀라 물었다는 바로 그 4번 타자가 박병호이기 때문입니다.

피츠버그에서 확산되고 있는 야구 한류가 또 한 명의 코리안 메이저리거를 배출할 밑거름이 될 수 있을까요. 내년 메이저리그는 그래서 더 기대됩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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