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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뷰-강진구] 거룩한 문화 소비자 필요하다

아쉬움 남기고 막 내린 영화 ‘신은 죽지 않았다’… 기독교 문화 키우려면 교인들이 적극 참여해야

[월드뷰-강진구] 거룩한 문화 소비자 필요하다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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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영화 ‘신은 죽지 않았다’가 개봉됐었다. 2014년 미국에서 기독교 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전미 박스오피스 10위권 안에 4주간이나 이름을 올렸던 이 영화는 무신론자로 살아가도록 종용을 받는 대학 사회의 현실을 풍자하며 하나님을 인정하는 신앙인의 삶의 가치를 북돋우는 매우 흥미로운 영화였다.

이 영화를 수입한 한국의 배급사와 홍보사는 상영관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는 한편 기독교인 관객을 모으기 위해 기독교방송과 언론을 포함한 기독교대학과 교회 등을 접촉하며 입장권을 나눠주는 등 홍보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막상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극장은 제한돼 있었다. ‘신은 죽지 않았다’는 개봉 첫날 전국 68개의 상영관을 확보함으로써 독립영화나 예술영화 취급을 받는 기독교영화로서는 비교적 적지 않은 극장을 얻은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건너뛰기식 상영은 고사하고 하루에 한 번 상영하는 극장이 태반이었으니 말이다.

한국 영화관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메가박스 코엑스몰의 경우 기독교인 관객들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상영 첫 주 금요일 오후 7시와 10시30분, 그리고 심야시간인 새벽 1시15분 등 3회에 걸쳐 상영시간을 배정했다. 그런데 그 다음 날인 토요일로 넘어가면서 상영 횟수는 단 2회로 축소되고 만다.

한국의 기독교인이 가장 많이 밀집해 산다는 서울 강남구의 극장이 이 정도라면 다른 지역의 극장은 말할 필요도 없다. 대부분 하루 1, 2회가 고작이며 심지어 서울 노원구에 있는 한 복합상영관은 주일 아침 8시20분에 딱 한 차례만을 상영했을 뿐이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 이러한 상영시간대를 잡은 것일까. 이 영화가 ‘기독교인을 위한 영화’임을 바르게 인식하고 있다면 주일 오전 이른 시간에 상영한다는 것은 좀처럼 이해될 수 없는 일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신은 죽지 않았다’의 최종 관객 수는 3만7653명에 그쳤다. 금년 여름 화제작 ‘베테랑’이 불과 나흘 만에 200만명을 끌어 모은 사실과는 비교할 수 없어도 한국의 한 대형교회 출석 교인 수만큼도 관객이 오지 않은 현실은 문화 소비에 있어 기독교인들의 세계관적 변화를 촉구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소비는 한 사람의 세계관이나 정체성과 직접 관련돼 있다. 즉 무슨 상품을 소비하는가의 문제는 그 사람의 세계관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소비에 대한 기독교 세계관적인 이해는 무조건 소비하지 말라가 아니라 세속적인 문화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구별된 소비를 권장하는 보다 적극적인 의미로 해석돼야 한다.

경제활동 가운데서도 하나님 나라를 추구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위축된 소비활동이 아니라 현명한 소비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선한 혜택을 입을 필요가 있다. 소비활동은 생산에 직접 영향을 주며 예술과 문화상품 또한 경제순환구조 안에서 움직인다.

2004년 멜 깁슨 감독의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하자 할리우드의 메이저 영화사인 ‘20세기 폭스사’는 기독교 영화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자회사 ‘폭스 페이스(Fox Faith)’를 만들기도 했다. 우리에게 기독교출판사로 알려진 ‘존더반(Zondervan Publishing)’은 세계적 출판사인 ‘하퍼 콜린스’의 자회사다. 그런데 ‘하퍼 콜린스’ 또한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미디어재벌 ‘뉴스 코퍼레이션’의 계열사 가운데 하나다. 이것은 마치 세속적인 기업의 지혜를 빌려 거룩한 기독교문화를 창조하는 꼴이다.

국내에도 출판계의 미다스손이라 불리던 여성 CEO가 운영하는 대형출판사에서 2008년부터 기독교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출범시킨 일이 있었다. 100여권의 불교서적과 유명 진화생물학자의 책 등을 간행한 출판사에서 기독교 서적을 지난 수년간 출판한 이유는 단순하다. 소비자로서의 기독교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출판시장에서 기독교인은 중요한 소비자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좋은 기독교 콘텐츠와 더불어 거룩한 소비자가 있는 것은 한국 기독교의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다. 기독교 문화가 없다고 한탄만 할 일이 아니다. 기독교인의 거룩한 문화 소비야말로 세상 문화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

강진구 고신대 국제문화선교학 교수

◇ 이 칼럼은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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