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본 노동개혁] “청년들 눈높이 탓” vs “기업들 노력 부족” 기사의 사진
청년실업의 심각성은 당사자인 청년층은 물론 기업과 정부도 알고 있다. 다만 무엇이 원인인지, 어떤 해법이 필요한지를 놓고는 서로 ‘남 탓’을 하기 바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청년고용 제약요인 인식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 학계·전문가, 근로자와 청년 구직자의 98%가 청년고용 문제에 대해 ‘우려된다’ 또는 ‘심각하다’고 답했다. 기업은 청년실업의 가장 큰 원인으로 ‘눈높이’를 꼽았다. 청년실업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많은 중소기업이 구인난을 겪는 현실을 지적한다.

경총은 우리나라 기업 중 95%는 중소기업인데 청년들이 주변 시선이나 열악한 처우 등을 이유로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고 있다고 본다. 구직자 가운데 70% 이상이 대졸자인 현실도 청년층의 구직 눈높이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경총은 대안으로 정부가 서비스업 등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총 관계자는 “결국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일자리 창출 여력이 큰 서비스업, 고부가가치 신산업에 투자가 이뤄지고 채용이 활발해지도록 구조적 측면에서 정부가 나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의 진단과 달리 청년 구직자는 ‘기업의 노력 부족’을 지목한다. 적극적으로 투자·채용을 늘리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와 정부의 정책 실패도 주요 이유로 봤다. 청년유니온은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에 대해 “정부가 창출하겠다는 청년고용의 질이나 규모에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이대로라면 임금피크제만 관철되고 정작 청년고용은 늘지 않는 처참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를 놓고도 청년들과 기업들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기업은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대하고, 성과·직무를 기반으로 한 인사·임금체계를 도입해야 청년고용이 늘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청년층은 기업의 투자·채용 확대 노력이 급선무라고 주장한다.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은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에 따른 기업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대책이지 청년고용 대책은 아니다”며 “민간 대기업이 이윤을 축적하면서 고용이나 임금에 제대로 분배하지 않은 구조적 문제를 짚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 대책’에서 세대 간 상생고용 지원 제도를 만들어 일자리를 마련하고 중소기업 근로 조건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업이 임금체계 개편으로 마련한 재원을 이용해 청년을 신규 채용하면 정부가 지원금을 준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정부가 단기적인 성과·수치에만 몰두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 우광호 선임연구원은 “경기 침체와 정년연장, 베이비붐 세대 자녀들이 취업시장에 몰리는 상황이 청년실업을 악화시키고 있다. 산업화시기를 떠올리면서 청년층에 ‘눈높이를 낮추라’고 말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질 낮은 일자리로 청년고용률이 늘었다고 말하는 ‘보여주기’ 식 정책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책이 하루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