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용희 (4) 무의촌서 의료선교하던 큰형 사고로 숨져

가족들 아픔 속에서도 통곡 대신 기도… 부모님, 평안 가운데 흐트러지지 않아

[역경의 열매] 이용희 (4) 무의촌서 의료선교하던 큰형 사고로 숨져 기사의 사진
이용희 에스더기도운동 대표(가운데)가 중학교 2학년 때인 1972년 서울 신촌 대현교회에서 성극을 하고 있다.
1960년대 우리 집에는 친할머니와 부모님, 5남매가 함께 살았다. 시골에 계신 친척들이 무작정 상경하면 집에서 몇 년씩 머무르는 분들도 있었다. 그래서 늘 10명 정도가 함께 살았다.

65년 서울 북아현동에 있는 추계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아버지는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돼 강원도 장성 조흥은행 지점으로 발령을 받았다. 부모님은 사택으로 입주했고 우리 5남매는 학교 때문에 서울에 남았다. 그래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생활했다.

추계초등학교는 사립학교였기 때문에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이 많았다. 당연히 부모들이 자녀의 학교생활을 세심하게 살폈다. 반면 나는 학교 준비물도 챙겨가지 못할 때가 많았고 열등한 학생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학교에선 말을 하지 않았고 내성적인 성격이 됐다.

집에 가도 부모님이 안 계시니 방과후학교 도서실에 남아 늦게까지 책을 읽었다. 한 번은 학교에서 동화구연대회를 했는데 2등을 했다. 그 후로 친구들에게 동화를 자주 들려주면서 성격도 바뀌었다. 훗날 선교활동을 하면서 말씀을 전하는 데 있어 그때부터 쌓은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71년 경성중학교에 입학했다. 3년 내내 학급에서 대의원을 맡으며 학생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교회에선 중등부 회장으로 학생회 활동에 열심을 냈다. 교회 아이들과 ‘등대’라는 회지를 발간했고 ‘문학의 밤’ 행사도 개최했다. 성탄절 이브에는 밤새 모임을 갖고 새벽송을 돌았다.

중학교 3학년이던 73년이었다. 여름방학 때 큰 사건이 일어났다. “용희야, 큰형이 죽었다.” “예? 큰형이 죽었다고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고 머리가 하얘졌다. 5남매 중 장남이며 종갓집 장손인 큰형은 고려대 의과대학 재학 중 농촌전도와 의료선교를 갔다가 강원도 영월군 삼옥리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이다.

당시 큰형은 CMSA(기독의대생회)에서 전도부장으로 활동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농촌전도와 무의촌 봉사에 헌신했다. 큰형에 대한 부모님의 사랑과 기대는 각별했다. 큰형은 성품이 온유하고 겸손했다. 가족은 물론이고 집안의 많은 친척 어른들이 특별하게 생각했다.

부모님을 비롯해 우리 모두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마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난 것 같았다.

의료전도팀은 삼옥리에 배를 타고 들어가 교회도 없는 산골에서 한 주간 무료진료를 하며 어린이 성경학교, 축호전도, 주민전도집회 등 전도활동에 힘썼다. 큰형은 서울로 돌아오기 전 목욕을 한다며 강에 들어갔는데 홍수로 불어난 물살에 그만 익사하고 말았다.

부모님은 삼옥리로 달려가 강 전체를 샅샅이 훑으며 시신을 찾느라 애썼다. 어렵게 형의 시신을 찾아 서울로 이송했다.

뜨거운 햇볕이 내려쬐던 8월에 장례예배가 열렸다. 큰형의 시신과 영정이 눈앞에 있었다. 큰형의 죽음이 믿겨지지도 실감이 나지도 않았다. “형, 이렇게 가면 어떻게 해. 형….” 많은 분들이 가슴 아파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주님의 위로와 평안이 장례의 모든 순서와 조문객들 가운데 함께했다. 통곡 대신 찬송과 기도가 흘러넘쳤다.

장례 절차가 끝날 때까지 하나님께서 특별한 은혜를 주셨다. 많은 분들이 아버지, 어머니를 걱정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주님이 주시는 평안 가운데 흐트러짐이 없었다. 자신의 몸통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고통이 있었음에도 오히려 조문객들과 큰형의 친구들을 위로했다. 장례예배를 집례하던 목사님은 부모님의 담담한 모습을 보고 “신자의 본이 된다”고 말씀하셨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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