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용희 (5) 큰형이 의료봉사하던 시골에 기념예배당 건축

동료 의사들 훗날 국내외서 봉사… 둘째·셋째 형도 의료선교 활발히

[역경의 열매] 이용희 (5) 큰형이 의료봉사하던 시골에 기념예배당 건축 기사의 사진
1973년 2월 이화여대 졸업식에서 이용희 에스더기도운동 대표 누나인 이종옥 권사(가운데)와 큰형(왼쪽), 사촌형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큰형이 마지막으로 복음을 전했던 강원도 영월군 삼옥리에는 기념예배당이 세워졌다. 당시 삼옥리는 외진 시골 마을이었다. 서울에서 그곳을 가려면 버스를 3번 갈아타고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했다. CMSA(기독의대생회) 전도활동으로 신도들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예배당도 없던 그곳에 신도들을 위한 모임 장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삼옥리를 둘러본 아버지는 지역 유지들과 성도들, 큰형이 활동했던 CMSA 회원들과 함께 예배당 건축을 놓고 상의했다. 곧이어 모금활동이 시작됐고 아버지를 중심으로 지역 성도들과 회원들은 1974년 삼옥교회를 건축했다.

큰형의 묘비에는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 12:24)는 말씀이 새겨졌다. CMSA는 삼옥교회로 매년 농촌전도와 의료선교를 다녀왔고 교회가 잘 세워지도록 도왔다. 큰형과 함께 삼옥리에 전도를 갔던 의대생들은 훗날 의사가 되어 전국과 세계로 의료선교를 나가고 있다.

우리 집안에서도 의료선교의 열매가 맺혔다. 둘째 형은 고려대 의대를 졸업한 후 흉부외과 전문의가 되었고 케냐에서 1년간 봉사했다. 지금도 많은 나라를 다니며 단기 의료선교에 힘쓰고 있다. 가톨릭 의대를 졸업한 셋째 형은 농촌 지역에서 복음의원을 개원했다. 병원진료를 마치면 왕진가방을 들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나 장애인, 독거노인 등을 직접 찾아가 무료로 진료하며 복음을 전하고 있다. 셋째 형은 신학을 전공해 목사 안수도 받았는데 의료선교와 지역선교를 병행하고 있다. 또 의대와 치대를 다니는 조카 네 명이 있는데, 모두 단기선교를 다녀왔고 의료선교의 비전을 갖고 있다.

“강남으로 집을 옮긴다.” 아버지가 큰형을 잃은 슬픔을 잊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오랫동안 큰형과 함께 살았던 서울 신촌 집을 떠나 74년 논현동으로 이사했다. 교회도 집에서 가까이에 있는 영동제일교회로 옮겼다.

그해 3월 나는 배재고에 입학했다. 배재고는 큰형이 다녔던 학교라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당시는 고교 입학고사 제도가 폐지되고 추첨으로 학교를 배정하던 첫해였다. 추첨을 앞두고 배재고에 배정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에게 기도를 부탁했다. 1차 배정 단계에서 지역학군이 아닌 배재고가 있는 공동학군으로 배정됐고, 2차 단계에서 약 30개 학교 중 배재고로 배정됐다.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특별한 기도응답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유도부에서 활동했다. 2학년이 되면서 이과를 선택했다. 수학을 좋아했기 때문에 연구소에서 우주물리학과 천체과학을 연구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3학년이 됐을 때 진로에 변화가 생겼다. 아버지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용희야, 내가 볼 때 너는 이과보다는 문과 쪽이 더 적합한 것 같다. 네가 어렸을 때부터 독서와 많은 사람들로부터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니. 또 교회에서 중·고등부 회장으로 각종 활동을 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연구실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는 문과가 적성에 맞는 것 같다.”

이후 어머니가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했다. 그리고 이과에서 문과로 옮기게 됐다. 당시에는 문과로 옮긴 게 별로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훗날 선교단체 일을 하면서 이때의 방향 전환에도 하나님의 세심한 인도하심이 있었음을 깨닫게 됐다. 문과로 옮긴 게 복음전파와 선교 공동체 운영, 동성애 합법화 반대운동 등에 더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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