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준동] 교육부의 대학 길들이기 기사의 사진
“대학 민주화는 진정한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 보루이다.”

지난 17일 총장 직선제 폐지에 반대하며 투신해 숨진 부산대 고모 교수가 남긴 유서 중 일부다. 이번 비극은 교육부의 무리한 대학 자율 옥죄기가 불러온 측면이 크다. 41개 국립대 가운데 유일하게 직선제를 유지하던 부산대는 그동안 총장 선거 방식을 둘러싸고 김기섭 총장 측과 대학교수회 간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대학 당국은 직선제 대신 추천위원회 방식을 추진한 반면 교수회는 직선제 고수를 주장했다. 김 총장은 2011년 실시된 선거에서 “직선제를 몸을 던져 지키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이듬해 8월 학칙을 개정해 총장 직선제를 폐지해 버렸다. 왜 스스로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팽개친 것일까. 그 배경에는 교육부의 집요한 직선제 폐지 압력이 있었다. 당시 김 총장은 “직선제로 선출하더라도 교육부가 임용 제청하지 않을 것이 명백한 만큼 또다시 총장 공백 사태가 우려되고, 정부의 행·재정적 제재로 인한 피해는 학생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실제로 부산대는 직선제 고수로 교육부의 지원 대상에서 번번이 탈락하는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총장 직선제는 1980년대 민주화의 산물이다. 1988년 경상대를 시작으로 대부분 대학이 직선제를 선택했다. 하지만 국립대의 좋은 시절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이명박정부 시절인 지난 2011년 8월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는 ‘국립대 선진화 방안’이라는 명분으로 직선제 폐지를 들고 나왔다. 결국 부산대를 제외한 40개 국립대는 2012년 직선제를 일제히 철회하고 간선제로 돌아섰다. 사실상 ‘백기투항’한 셈이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국립대 길들이기’는 계속됐다. 간선제로 선출한 총장 후보인데도 교육부는 뚜렷한 사유도 밝히지 않은 채 공주대, 한국방송대, 경북대의 총장 임명제청을 거부했다. 17개월째인 공주대, 11개월째인 한국방송대와 경북대 모두 총장 공백 사태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는 상태다. 정부의 방침대로 총장 후보를 선출해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임용하지 않겠다는 속셈이 깔려 있다.

이런 와중에 2년 동안 4차례나 임용제청이 거부됐던 한국체대 총장에는 전문성과 무관한 ‘친박’ 정치인이 전격 임용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직선제 폐지 등이 결국 정권 입맛에 맞는 총장을 앉히려는 의도였다는 점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파벌 조성, 금품 수수 등 직선제의 폐단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바로잡는 것 역시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재정지원을 무기로 대학들을 강제로 굴복시켜서야 되겠는가. 이는 헌법에 담긴 대학의 자율성에 역행하는 행위이다. 총장 선출은 대학에서 정하는 방식에 따른다고 명시한 현행 교육공무원법에도 위배된다.

돈을 갖고 통제하려는 교육부의 이런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학 구조조정 등 각종 정책을 밀어붙일 때마다 보여준 ‘전가의 보도’였다. 정부의 지원금이 당연히 대학이나 학생에게 돌아가야 할 국민의 세금인데 말이다. 이뿐 아니라 교육부는 최근에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체제로의 환원을 13년 만에 추진하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국가로부터 자유로운 대학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다. 국가의 간섭은 최소화하고 지원은 최대화해야 한다. 자유와 인류적 가치에 충실한 대학이야말로 국민 국가 형성의 초석이 된다.” 근대 대학의 기초를 다졌던 독일의 교육학자 빌헬름 폰 훔볼트가 한 말이다. 대학 길들이기에 골몰하고 있는 교육부가 진정 되새겼으면 한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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