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교정상화 50년] 중국어 간판에 베트남인 가게주인… 10여개국 문화 섞인 한국 속 지구촌 기사의 사진
경기도 시흥시 정왕본동 군서마을에서 다문화 화합에 앞장서고 있는 이광재 상인회장과 오성호 다문화자율방범대장, 최덕영 주민자치위원장(오른쪽부터)이 함께 손을 맞잡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2시쯤 다세대주택이 꽉 들어선 경기도 시흥시 정왕본동. 한 골목으로 들어가자 맞은편에 편의점과 중국요리집이 나타났다.

편의점 입구에서는 30대 후반 남성과 20대 초반 여성이 냉장고에 아이스크림을 넣고 있었다. 무더운 날씨에도 서로 웃으며 일하는 모습이 좋아 보여 물어보니 결혼 3년 차 부부로 여성은 베트남인이었다.

옆의 중국요리집 입구에선 청년 3명이 중국말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내부로 들어서자 10여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고 벽에는 중국어로 된 메뉴판이 몇 개 있었다. 아버지와 초등학생 딸이 테이블에 앉아 중국요리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의자에 앉자 입구에 있던 청년이 들어와 “무엇을 드실래요”라며 약간 서투른 한국말로 물었다. “탕수육”이라고 말하자 “중국식이라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향료를 조금만 넣으세요”라고 하곤 아까 그 초등학생에게 ‘맛있느냐’고 묻자 “맛있다”고 웃으면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경기도 대표적 다문화 마을인 ‘군서 마을’의 평화로운 일상이다. 이곳에는 내국인과 외국인이 반반이다. 외국인 중에는 중국교포가 절반가량이고, 베트남 출신이 30% 정도, 나머지는 12개 국가에서 온 외국인들이다. 이 마을은 4년 전까지만 해도 ‘이주단지 61블럭’으로 불렸다.

대부분의 주민이 잠시 머물다 형편이 나아지면 떠나는 ‘임시 거처’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인근 시화·반월공단 등에서 일하는 중국교포나 외국인 근로자도 잠시 머무는 마을이 됐다.

그러나 5∼6년 전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내외국인 모두 타향살이는 마찬가지라는 동병상련의 정이 통했다.

“서로를 이해하며 잘살아보자”는 움직임이 내국인 자영업자들과 중국교포들 사이에서 시작해 여러 외국인 근로자들로 확산됐다.

최덕영(46) 주민자치위원장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우리는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피부색이 다를 뿐 한 주민’이라고 느끼며 서로 손을 맞잡아 주는 수준까지 왔다”며 “이제는 ‘어떻게 맞잡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냐’는 단계에 섰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최 위원장은 “소통은 역시 몸으로 부대끼는 게 최고다. 우리는 축구를 매개체로 활용한다”며 “지난해 10월 18일 ‘정왕동 다문화월드컵’을 개최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 올해는 가족까지 참여해 축구도 하고 각국의 전통음식을 나눠먹는 행사도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이광재(52) 상인회장은 “외국인을 배척한 나라 중에 잘사는 나라는 없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은 대표적인 다민족국가”라며 “결혼이주여성이 조기에 우리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회장은 “최근엔 시흥시가 외국인 증가율이 가장 높은데, 외국인 덕분에 시가 활성화된다”며 “시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내외국인이 교류의 폭을 넓히는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중심가에서 통신업체 대리점을 크게 운영하며 코리안 드림을 이룬 중국교포 오성호(44) 우의통신 대표는 현재 다문화자율방범대장을 맡고 있다.

이 대표는 “한국에 오길 너무 잘했다. 한국은 열심히 노력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우리 가게 고객의 80% 정도가 외국인이다. 그들에게 휴대전화만 파는 것이 아니라 항공권은 물론 행정업무까지도 살펴주며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돈 벌러 왔으면 열심히 돈이나 벌어야지 무슨 봉사냐는 시선도 있지만 봉사를 통해 동포사회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흥=글·사진 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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